여당과 제1야당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가운데, 가장 먼저 '악재 털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고,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신군부 옹호' 논란을 수습하고자 직접 광주에 찾는다.
먼저 이 후보는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하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라는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야권에서는 시간을 끌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후보가 직접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선출 이후 진행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윤 후보에게 다소 뒤처지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전날과 오늘 리얼미터가 각각 오마이뉴스와 YTN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가상 다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두 개의 조사에서 모두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따라서 윤 후보의 상승세를 저지하기 위해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특검 수용이라는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은 반드시 털어내야 하는 악재다. 이날 리얼미터가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중 어느 사안이 이번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대장동 의혹이 58.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고발 사주 의혹 응답은 33.1%로 나타났다. 약 25%에 달하는 격차로, 고발 사주 의혹보다는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수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의 이슈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잘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장동 의혹은 고발 사주 의혹과 동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둘 다 중요한 사안이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이 중 어떤 것을 더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해서 받아들이냐는 것"이라며 "고발 사주 의혹은 복잡하고 본인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느끼는 반면 대장동 의혹은 매우 간단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두환 옹호' 논란을 빚은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를 찾아 민심 진화를 시도한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이끈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에 방문해 유족들과 차담회를 시작으로, 5·18 자유공원 방문,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다. 내일은 오전 9시 30분 목포시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에 방문한 뒤 봉하마을로 이동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은 분분하다. 야권에서는 '진솔한 사과 행보'라고 치켜세운 반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혹평했다. 광주 50여 개 지역의 시민단체가 "민주 성지를 더럽히지 말라"며 방문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지역 대학생들이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써 붙이며 단체 행동을 예고한 만큼, 윤 후보에 대한 강한 항의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 역시 전두환 옹호 논란은 필사적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다. 추락한 호남 지지율만 일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승산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 결과 차기 대선 주자 가상대결에서 윤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13.0%에 그쳤다. 이 후보(64.1%)의 약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윤 후보의 이번 광주 방문이 독보다는 약이 돼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