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자 은행들이 기업금융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기업대출은 한 달 새 10조원 넘게 늘어나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자영업자 고객을 겨냥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빅 플랫폼’을 구축하며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기업 대상 비대면 채널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나섰다. 기업용 인터넷뱅킹과 은행이 제공하는 자금·경영관리시스템(CMS) ‘인사이드뱅크’, 개인사업자 고객에 특화한 모바일 기업뱅킹 앱 ‘쏠 비즈’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한다. 예산은 약 200억원을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기업 특화 챌린저 뱅크’를 표방할 만큼 기업금융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자 1위인 더존비즈온에 723억원을 투자하고 신개념 기업금융·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더존비즈온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한도 제한 없는 비대면 계좌 신설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기업의 실시간 세무·회계 데이터를 활용해 신한은행이 해당 기업의 매출채권을 사들이는(매출채권팩토링)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두 은행권 최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문턱이 높았던 저신용 중소기업의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종합기업금융플랫폼’ 구축은 은행들의 공통 과제다. 지난해 법인 계좌 비대면 개설 절차가 대폭 완화되면서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본격 드라이브가 걸렸다. 올 들어선 정부의 강력한 총량 규제로 가계대출 신규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기업금융 영업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달 대비 10조3000억원 증가하며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8조원 증가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실장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기업금융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은행의 시급한 경영 과제”라고 분석했다.
기업 고객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기업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 ‘KB스타기업뱅킹’을 재정비했다. 기업 고객이 별도 사이트에서 이용해야 했던 CMS 서비스를 인터넷뱅킹에 합치고 맞춤형 정책자금 연계, 상권분석 정보 등을 제공하는 비금융 경영지원 솔루션 ‘KB브릿지’도 인터넷뱅킹으로 옮겼다.
은행들은 이제 다양한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과 손잡고 기업별로 ‘맞춤형 금융’ 인프라를 설계해주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들어서만 5개 B2B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물류(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손컴퍼니, 개인사업자 세금신고 플랫폼 널리소프트,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 등 산업 성격도 다양하다. 하나은행은 이들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에 특화한 보험, 구매 카드, 자금 지원, 세무상담 등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 강화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과 적극 협업해 기업금융 생태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강진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