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회사)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신설하는 반도체 공장의 세부 윤곽이 공개됐다. 소니그룹이 신설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20% 가까이 확보해 TSMC와 합작회사 체제로 공동 운영한다.
TSMC와 소니는 내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착공하는 반도체 공장의 세부 운영계획을 10일 발표했다. 일본에 처음 세워지는 TSMC 공장의 총투자비는 70억달러(약 8조2705억원)로 확정됐다.
TSMC는 이 공장을 소니와 공동으로 운영한다. 소니는 반도체 자회사인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을 통해 5억달러를 출자하고, 신설 합작회사의 지분을 최대 20% 확보할 계획이다.
2024년부터 가동하는 공장의 고용 규모와 생산능력도 처음 공개됐다. TSMC와 소니는 약 1500명을 새로 고용해 매달 300㎜ 웨이퍼 4만5000장 분량의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한다. 최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반도체다.
투자비의 절반인 약 35억달러는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일본에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개발 지원법에 반도체산업 육성 방안 등을 추가한 개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확보를 국가안전보장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TSMC 공장 유치로 일본 산업계는 잃어버린 지위를 일부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지정학적 위험은 낮고 물과 전력 등 반도체 인프라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만 갖춰지면 추가로 글로벌 업체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