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요소수 '뒷북외교'…해명 대신 '성과'만

입력 2021-11-10 17:05
수정 2021-11-11 00:06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해 우리 기업이 기(旣)계약한 요소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을 확인했다.”

외교부가 10일 공개한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다. 2~3개월치 국내 수요에 해당하는 요소수 5만6100t을 생산할 수 있는 요소 수입이 곧 재개된다는 내용이다. 본격적인 물류 대란이 시작되기 직전 들려온 모처럼 희망적인 소식이다.

정부는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된 것처럼 설명했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1만8700t의 요소는 이미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구매 계약을 끝내고도 2주 넘게 현지에 발이 묶여 들여오지 못한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날 군은 2만7000L의 요소수를 들여오기 위해 호주에 군용기를 띄웠다. 국내 하루 사용량의 4%도 되지 않는 요소수를 위해 8000㎞ 거리에 군용기를 투입한 것을 두고 일부에선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군이 최대 200t의 자체 비축 요소수 방출까지 시사한 마당에 군용기 수송은 ‘별거 아닌 문제’가 돼 버렸지만 말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그런데 외교부는 지난달 21일에서야 이 같은 우려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열흘이 지나가 버린 다음이었지만 그나마도 즉시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골든타임’이었던 이 기간 정부는 종전선언에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요소’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외교부가 발표한 회담의 첫 번째 의제는 ‘종전선언’이었다. 정 장관이 지난달 21일 이후에만 6개국과 외교장관 회담을 했는데 대부분 의제는 종전선언에 집중됐다.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도 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최적이었지만 이 자리를 활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대처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태는 명백한 중국의 수출 규제다. 최근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가진 지위를 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대항하면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협박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외교 골든타임을 놓친 사이 국민은 또다시 긴 줄을 서야 했다. 지난해 3월 마스크 하나 더 구하려고 꽃샘추위에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섰던 모습이 겹쳐진다. 외교부는 “중국 측과 소통하는 레벨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과정을 거쳐 왔다”며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뒷북 외교’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국민을 향한 사과가 먼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