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 벽돌 만들던 포스코케미칼…국내 유일 음·양극재 동시 양산

입력 2021-11-10 17:58
수정 2021-11-11 09:05
2010년 2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재 국산화율은 0.1%에 불과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해 음극재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연구원들은 “10년 내에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언젠가는 소재로 나라를 부강하게 해보자”며 서로를 응원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음극재를 제조할지 논문을 찾아보는 게 그 시작이었다.

경북 포항에서 만난 김도형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장(사진)은 10년 전 출발이 ‘소재보국’ 정신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제품은 뜯어라도 볼 수 있지만 소재는 뜯어볼 수도 없어서 그 격차를 따라가는 게 정말 가능한지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10년이 지나 ‘소재보국’의 꿈은 현실이 됐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2차전지 음·양극재를 동시에 양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자리잡았다. 주가도 최근 5년간 12배가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주가 상승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국산화율 0.1%’ 시장에 도전포스코케미칼은 50년도 더 된 회사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용광로 벽 등으로 쓰이는 내화벽돌을 생산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대에 머물렀다. 위기감에 신사업을 찾아냈다. 환경산업이었다. 2007년 생석회 시장에 뛰어들며 성과를 냈다. 2007~2010년 사이 주가는 10배 가까이 뛰었다.


안주하지 않았다. 2010년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LS엠트론이 음극재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수에 나섰다. LS엠트론이 갖고 있던 카보닉스란 회사였다. 포스코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출신들이 세운 업체다. 카보닉스는 일본의 음극재 선두업체였던 쇼와덴코를 통해 음극재 기술을 익혔다. 당시 음극재 국산화율은 0.1%. 일본이 주도하던 시절이었다.

2012년엔 양극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소재와 합작법인(JV)을 만들었다. 음극재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서 양극재까지 나서자 우려가 쏟아졌다. 우려는 연구원들을 자극했다. 해내고자 하는 의욕은 더 커졌다. 밤낮없는 연구가 이어졌다. 김 소장은 당시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기억했다.

2015년 LMO(리튬망간산화물) 양극재 양산에 성공했다. 2년 뒤인 2017년에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출하했다. ○차기 소재 개발에 박차개발 기간은 10년도 안 됐다. 김 소장은 “뭔가를 해야겠다고 맘먹으면 꼭 해내고야 마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짧은 기간 안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기준 양극재 27만5000t, 음극재 17만2000t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앞서가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서도 주가가 가장 먼저 오른 업체다. 지난해 10월 말 6만8000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2월 18만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증설 기대 등을 선반영했다. 시장에서는 내년도 포스코케미칼을 주목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원자재인 리튬,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그리고 양극재에 이르기까지 공정 전반을 내재화했다. 수익성에서 유리하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원재료 수직계열화를 통한 질적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차세대 소재 개발 능력이다. 김 소장은 “현재 주력은 NCM이지만 향후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수명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수명을 늘려주는 인조흑연 음극재 시장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케미칼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포항=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