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베토벤·차이콥스키…. 한국인이 선호하는 클래식 작곡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하게 얽힌 화음을 웅장하게 뿜어낸다. 모두 바흐가 남긴 음악 유산인 ‘화성학’을 갈고닦은 결과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 작품은 이들에 비해 담백하다. 화성구조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다. 연주 시간이 길어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복잡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바흐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다.
바흐 레퍼토리의 정수를 감상할 음악회가 잇달아 마련된다. 바로크 작품 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42)는 오는 2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이버곡집’ 2권에서 12곡을 추려서 들려준다. 그가 올해 발매한 음반 ‘바흐의 평균율 클라이버 2권’에 실린 수록곡들이다. 그는 이 음반으로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올해의 피아노 음반상을 수상했다.
그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났다. 1990년 리즈 콩쿠르 본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준결승 공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집 때문인지 그는 평균율 2권의 전곡(24곡)에서 12곡을 고르는 데에만 3년이 걸렸다. 연주 순서도 자기 방식대로 정했다. 바흐가 정한 번호 순으로 연주하지 않고 음반에 실린 대로 연주한다. 1번 다음에 12번, 17번을 연달아 치는 식이다. 통일성을 위해 인터미션(중간휴식)을 생략하고 75분 동안 연주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은 다음달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전곡(3곡)과 ‘파르티타’ 전곡(3곡)을 들려준다. 지난 5월 전국 투어를 하며 한 차례 완주했던 레퍼토리로, 팬들을 위해 서울 앙코르 공연을 마련했다.
주미 강이 연주할 레퍼토리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겐 성지순례 같은 작품으로 불린다. 바이올린 한 대만으로 실내악 합주에 가까운 화음을 내고, 다채로운 선율을 표현해야 해서다. 모든 곡을 연주하는 데 약 140분이 걸린다. 고행에 가깝지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클래식 팬들에게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주미 강은 이미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력을 입증했다.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를 우승했고 그해 일본 센다이 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브람스, 슈만,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연달아 내며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