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로 지속되고 있는 ‘넷플릭스 천하’가 흔들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에 맞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압도적 양의 IP, 막강한 팬덤디즈니플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양의 지식재산권(IP)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보유한 자체 콘텐츠는 1만6000편에 달한다. 넷플릭스(4000편 추산)의 네 배다. 지난 4일 국내에 진출한 애플의 OTT 애플TV플러스(70편)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많다. 월트디즈니가 10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콘텐츠 회사인 만큼 이미 막대한 양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계속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신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데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
국내외에 확고하게 형성돼 있는 팬덤도 강점이다. 디즈니플러스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브랜드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다. 이 중에서도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마블 열혈 팬, 키즈 콘텐츠를 즐기는 가족 단위 시청자를 대거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로키’ ‘완다비전’ 등 새로운 히어로물도 디즈니플러스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기대가 높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스타’라는 브랜드도 선보인다. ABC, 20세기 텔레비전, 20세기 스튜디오 등이 제작한 작품을 성인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에 비해 이용 요금이 월 9900원으로 싸고 단일 요금제로만 운영된다. 최대 네 명까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넷플릭스 이용료는 매달 9500~1만4500원으로,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라야 최대 네 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발판으로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미국에서 출범 직후부터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왔다. 현재까지 1억1600만 명을 유치했다. 넷플릭스가 2007년 이후 14년에 걸쳐 2억14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것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다. “국내 유료방송과 OTT 타격 클 것”하지만 한국 콘텐츠를 즐겨 보는 국내 이용자 특성상 한국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예능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시작으로 ‘설강화’ ‘블랙핑크: 더 무비’ ‘너와 나의 경찰수업’, 제작비 500억원을 들인 ‘무빙’ 등의 한국산 콘텐츠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등을 앞세운 넷플릭스보다 국내 콘텐츠의 양과 질이 부족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초기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D.P.’ ‘오징어 게임’ 이전까지 성장세가 주춤했던 넷플릭스가 디즈니플러스 진출에 긴장하는 이유다.
넷플릭스가 받는 타격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모두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국내 유료방송 시장과 국내 OTT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국내에서도 촉발되고, 방송에서 OTT로 시청 패턴이 전환되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중복 이용자가 늘어나면 국내 OTT를 해지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