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가을배추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가격이 무려 50% 뛰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일꾼이 부족해 인건비가 껑충 뛴 상황에서 요소수 품귀로 산지 운반비가 20~30% 오르는 등 겹악재가 배추 가격을 끝없이 밀어올리고 있어서다. 이대로 가다간 가을배추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2010년의 ‘금배추 파동’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추 쪽파 급등에 “김장 못 담글 판”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가을배추 10㎏의 평균 도매가격은 1만1880원을 기록했다. 평년 가격(6887원)보다 72.5% 높다. 6일 전인 지난 2일 8030원이던 배추 가격은 이틀 만인 4일 9000원을 넘어섰고, 다음날인 5일 1만920원을 기록하며 1만원 선을 돌파했다.
쪽파와 마늘 등 김장에 들어가는 농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쪽파 가격은 9일 기준 7332원으로 전년 동기(5879원) 대비 24.7% 올랐다. 4624원인 평년 가격보다 58.6% 높다. 깐마늘 가격은 1㎏ 기준 8008원으로 6883원이던 전년 동기 대비 16.3% 상승했다. 김장 김치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겉절이용이나 국거리로 쓰는 얼갈이배추는 같은 기간 142.9% 급등했다.
김장 재료 가격이 오른 원인 중 하나는 작황 부진이다. 늦장마로 농산물의 성장이 고르지 못했고, 배추는 포기 전체가 썩는 배추무름병이 돌았다. 지난달 이례적으로 빠른 한파로 강원도 등 일부 산지가 피해를 봤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줄어든 외국인 노동자 수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영향도 크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가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8835명에서 8월 기준 1590명으로 82% 급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확철에 농가가 크게 오른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농산물 가격도 동반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반비 올라 2010년 금배추 넘어설 수도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은 배추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가을배추 물량이 쏟아지는 시기에 배추를 운반하는 화물차들의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김장의 주재료인 가을배추는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출하된다. 지난해 가을배추 생산량은 약 134만t으로 연간 생산량(221만t)의 60.6%를 차지했다.
올해는 배추를 도매시장으로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요소수 품귀를 이유로 벌써부터 운반 비용을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배추 운반 계약은 보통 건 단위로 비용이 책정되는데, 지난 주말부터 산지에서 배추를 운반해주는 화물차들이 요소수를 이유로 운반 비용을 20~30% 올리겠다고 통보하고 있다”며 “물류 비용 상승이 배추 가격에 반영되면 도매가가 10~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T가 농산물 가격 통계를 기록한 1996년 이후 가을배추의 11월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점을 찍은 해는 2010년이다. 당시 월평균 가격은 10㎏당 1만88원까지 올랐었다. 물류비 인상분이 고스란히 배추 가격에 전이되면 2010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가정에서 김장용으로 주로 쓰는 절임배추와 포장김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절임배추는 산지에서 배추를 절이는 중간 업체를 거쳐 유통 채널로 보내지거나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상, CJ제일제당 쪽은 대부분 계약재배하고 있어 단기 가격 상승과는 관련이 없지만 요소수 사태 장기화로 운반비가 오르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박종관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