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은 직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인적자원(HR) 관리의 최우선 과제로 놓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 계기가 됐습니다.”
리스베스 클로스 미국 윌래밋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원의 복지와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고용주가 주요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핵심적인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클로스 교수는 글로벌 기업 HR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8년 HR 분야에서 명저로 꼽히는 《국제 인재 관리》를 펴내는 등 주로 해외 근무 근로자의 관리 방안을 연구해왔다. 그는 11일 ‘글로벌 인재포럼 2021’ A-4 세션(성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HR의 역할) 발표자로 나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퇴사자가 급증하면서 인력관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전염병 유행에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더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떠나는 회사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클로스 교수는 이런 상황을 “팬데믹으로 인해 ‘대(大) 퇴사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직원들에 대한 보살핌의 의무는 고용주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며 “이제 직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더 이상 경영진에게 무시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클로스 교수는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설령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직원이 있더라도 부적응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며 “정신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언어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입원과 약물·심리치료를 포함한 정신건강 관련 의료혜택을 확대하고 명상, 요가, 체중 조절 등에 중점을 둔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선 “근무시간과 생산량, 업무 품질 측면에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면서도 “회사에 대한 소속감은 분명히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클로스 교수는 ‘근로자·업무 식별’을 제시했다.
회사에서 원격근무에 적합한 근로자 유형이나 업무를 우선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고립된 원격근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성격이나 업무습관, 상황 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로스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가 된 만큼 기업의 HR 관행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재를 위한 인프라 조성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및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핵심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