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치적 목적 대출규제로 시장원리 훼손"

입력 2021-11-09 17:02
수정 2021-11-10 01:50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출 규제의 목적은 대선 직전까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된 대출 규제가 시장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CLSA의 폴 최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사진)은 지난 8일 ‘이상한 나라의 은행업(Banking Wonderland)’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여당·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최 센터장은 “여당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집값 급등을 불러왔다”며 “정책을 되돌리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으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은행은 11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출 규제로 은행이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며 “고신용자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된 금리가 저신용자와 무담보대출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등 시장 원리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그의 지적대로 정부 대출 규제에 따라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우대금리 혜택은 모두 폐지되고 가산금리는 높아졌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저신용자보다 올라가는 기현상이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97∼5.377%로 신용대출 금리(연 3.35∼4.68%)보다 상·하단 모두 높다.

최 센터장은 이 같은 ‘금리 역전’에 대해 “우연의 일치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신용도 높은 사람이 저(低)이율을, 낮은 사람은 고(高)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밝힌 직후 나타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비롯한 ‘옥죄기 모드’는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가계신용 증가율 하락과 금리 인상, 치솟는 소비자물가와 수출 증가율 하락 등이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증권시장은 이 같은 가계대출 규제의 엉뚱한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역할을 옥죄는 정책으로 (유가증권시장이) 선진국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한국 시장 투자를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국민 재난지원금도 언급했다. 최 센터장은 “여당 대선후보의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려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