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이 농협의 유휴시설 곳곳에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자회사인 남해화학 공장 지붕과 전국 하나로마트 주차장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친환경 전기’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필요한 자금은 NH투자증권과 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 계열사가 ‘ESG 펀드’를 조성해 조달한다. 직원들의 ESG 아이디어 사업화농협금융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험에 나섰다. 계열사 임직원 대상 공모전을 통해 ESG 사업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9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 조성 프로젝트를 구상한 사람은 NH투자증권 인프라금융부에 근무하는 이양희 부장이다. 크고 작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한 경험이 있던 이 부장은 범(凡)농협에 유휴시설이 상당하다는 점에 착안해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 건립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달 열린 ESG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사업전략 부문 대상 격인 ‘E(excellent)상’을 받았다. 탄소 저감을 실천하면서 농민에게도 보탬이 되는 사업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문화 부문에선 김수동 NH투자증권 대리가 제안한 ‘걷기 캠페인 앱 개발과 포인트 보상’ 아이디어가 E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워크 트리(걷기 나무)’ 앱을 개발하자는 게 골자다. 나무를 키우려면 많이 걸어야 한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스마트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측정한다. 농협금융은 나무를 다 자라게 한 고객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NH포인트를 줄 예정이다. 이 포인트로 농협금융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낙과를 구매하거나 농민을 돕는 사업에 포인트를 기부할 수도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걷기를 즐기거나 ESG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대고객 부문 1위는 진현선 농협은행 평택안중지점 계장의 ‘NH올바른 지구(G9) 신용카드·적금’이 선정됐다. G9 신용카드는 NH농협카드의 기존 올바른 카드 시리즈 후속작이다. 친환경 화장품과 여행상품,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혜택을 제공해 소비자의 ESG 실천을 유도한다. G9 적금도 눈에 띈다. 금융소비자가 종이통장을 발급받지 않거나 탄소포인트제에 가입하면 이자를 더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좋은 아이디어는 당장 사업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사진)은 공모전 수상작의 사업화를 선언했다. 그는 최근 열린 시상식에서 “ESG가 농협금융 조직문화에 완전히 뿌리내려야 한다”며 “수상작뿐 아니라 응모작 모두를 관련 부서에 넘겨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부문별 2~3위 수상작인 ‘전자창구 활용 확대로 종이 사용량 절감’ ‘계열사 업적평가 전자결재 평가 의무화’ ‘친환경 축산농업에 가축질병치료보험 가입 혜택’ 등도 업무에 바로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농협금융 측 설명이다.
농협금융의 행보는 금융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는 기업은 많지만 ‘100% 사업화’를 약속하는 곳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가 직원들의 호응”이라며 “농협금융 공모전은 직원들에게 ESG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