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확진돼 면접을 못 봤습니다.”
얼마 전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집과 학교만 오갔는데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대학 면접 응시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얘기다. 글쓴이는 “꼭 입학하고 싶었는데 원서비만 날렸다”며 “확진 탓에 심적으로도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이 학생과 같이 안타까운 사례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언제든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 동안 전국에서 2348명의 학생이 확진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곳도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됐는데도 올해 대학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심란하기만 한 이유다.
교육부가 여건이 허용된 범위에서 최대한 응시 기회를 제공하라고 대학에 권고하기는 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상당수 대학은 확진자에게 면접이나 논술, 실기고사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있는 수험생을 개별적으로 만나 시험을 진행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확진자도 수험생입니다. 기회를 주세요. 제발’이라는 청원 글까지 게시됐다. 청원인은 “저의 확진으로 고3 딸아이가 확진됐다”며 “논술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해 평생 아이에게 죄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청원인처럼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들은 ‘죄인’이 될까 봐 가족을 다른 친척 집으로 보내고 수험생에게 집밥만 먹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11일부터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원격수업에 들어가지만, 이미 학교 현장에선 가정학습을 신청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3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가 대입 수학능력시험 특별방역 기간인 17일까지 수험생이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시학원 등을 대상으로 방역 점검에 나섰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면 수험생들이 안심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재수, 삼수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비대면 온라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당국과 대학들의 과감한 발상 전환과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