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치매야!" 가스라이팅한 아내…남편 재산 7억 '꿀꺽' [글로벌+]

입력 2021-11-09 11:23
수정 2021-11-09 12:05

남편에게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60만 달러(한화 약 7억792만 원)에 달하는 돈을 가로챈 미국인 여성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2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네티컷 경찰은 약 20년에 걸쳐 남편의 연금, 산재 보상금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 도나 마리노(63·여)를 1급 절도 등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리노는 자신의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73세인 남편에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지속해서 세뇌했다. 1999년부터 남편의 재산을 빼돌리기 시작해 20년 넘게 60만 달러를 훔친 것.

경찰은 2019년 3월 피해 남성의 친딸 엘리노 마리노에게 신고를 받은 후 수사를 시작했다. 엘리노는 "아버지가 이용당했고, 마리노가 아버지의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아버지의 집에서 찾은 신용카드 관련 서류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때까지도 남성은 "아내가 가계를 관리하고 있고,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아내를 기소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감쌌다.

그러나 2020년 1월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이 제기된 후 피해 남성의 딸은 경찰에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남성의 연금 수표 중 일부가 마리노의 어머니 은행 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마리노는 "남편 몰래 13년 동안 남편의 연금 수표에 서명하고 은행 계좌에 입금해 왔다"고 경찰에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마리노는 남성이 은행에 방문해 잔고를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당신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속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남성의 가족 중에는 알츠하이머를 앓은 구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남성은 아내의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네티컷의 공소시효 때문에 경찰은 최근 5년 이내 사기 혐의만 조사가 가능하다. 5년의 기록 중엔 60만 달러 중 일부만 남아 있는 상태다.

엘리나는 매체 인터뷰에서 피해 "아버지는 이혼 소송을 제기한 후 플로리다로 이주했지만, 수년 간의 조작으로 혼돈을 겪고 있다"며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