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4분기 생산량 확대 계획이 ‘노노 갈등’에 무산될 위기다. 당초 현대차 노사는 이달부터 일요일 특별근무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대차 개별 공장의 노조 대표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내부 갈등으로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1~5공장 및 변속기 공장 노조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특별연장근로 동의 서명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소속 노조원에게 일요 특근에 참여하지 말라고 사실상 지침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 직원이 일요일 특근을 하려면 노사 합의와 별개로 각자 특별연장근로에 동의해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이달부터 일요일 특근을 진행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지난 2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빚어진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일부 모델은 차량 출고까지 11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치를 416만 대에서 400만 대로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목표인 400만 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4분기에 109만 대 이상을 생산·판매해야 하는데, 일요일 특근을 하지 않고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집행부는 정년퇴직 예정자들의 퇴직금을 정산하는 기준이 되는 ‘3개월 평균임금’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회사 계획에 동의했다. 2분기 이후 토요일 특근이 대부분 없어졌고, 이 때문에 연말 퇴직자들이 받는 퇴직금이 큰 폭으로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회사는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했다. 연말까지 토요일 8시간 특근 및 일요일 8시간 특근을 하는 주 56시간 근무 체제를 이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생산량 확대 계획은 이날 울산 1~5공장 및 변속기 공장 등의 노조 대표자들이 특별연장근로 동의 서명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각 공장 노조 대표자들은 대부분 현 집행부와 계파가 다르다. 또 이들이 개별 노조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 직원 다수가 일요일 특근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안팎에서는 노조 내 계파 갈등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공장 노조 대표들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집행부와 각을 세워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노 갈등으로 회사는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퇴직 예정자는 결국 퇴직금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