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BT) 대형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육성하겠다. 이를 위해 혁신적 인수합병(M&A) 등을 과감하게 지원하겠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뉴비전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M&A 행보를 예고했다.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인수는 이날 밝힌 4대 성장 엔진(컬처·플랫폼·웰니스·서스테이너빌리티) 가운데 웰니스 사업의 기반을 닦기 위한 행보다. CJ제일제당은 매년 25% 이상 성장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출,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레드바이오에 힘 싣는 CJ
CJ제일제당은 8일 이사회를 열어 네덜란드 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차세대 바이오 CDMO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세계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25~27%에 달하는 고성장 분야로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40억~160억달러(약 16조5000억~18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표준이 확립되는 중이다.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에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관련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로 글로벌 절대 강자가 없어 단숨에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바타비아 본사는 유럽에서 가장 연구개발(R&D)·투자가 활발한 과학단지 중 하나인 네덜란드 레이던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중국 홍콩에도 각각 연구개발센터와 아시아 영업사무소를 보유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제형·제조 공정 기술과 생산 인프라까지 갖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바타비아 인수로 기존 그린바이오(사료·식품 소재), 화이트바이오(친환경 소재)에 이어 레드바이오(의료·제약)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기존 식품 사업에 비해 성장 잠재력은 물론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10.5%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 첫 4조원 돌파이날 발표된 CJ제일제당 3분기 매출은 바이오 사업 선전에 힘입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4조2243억원(대한통운 실적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늘었다. 영업이익은 32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증가했다. 바이오 부문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외형과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바이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5.4% 급증한 1조4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274억원으로 60.9%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 배치돼 있는 생산거점에서 다양한 품목을 공급할 수 있는 ‘호환생산’ 능력을 토대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식품 사업도 실적을 견인했다. 식품사업 부문에선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난 2조57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 K푸드 확산을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문화 마케팅이 빛을 발했다.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0.3% 늘어난 1조1254억원으로 분기 1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곡물가·운임비용 상승을 비롯한 전방위적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박종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