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고여 있는 돈, 국채로 옮겨야 성장 촉진"

입력 2021-11-08 17:08
수정 2021-11-09 01:46
“전환적 공정성장은 국가와 기업, 개인의 역량 강화를 포함한 공급 능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수요 측면에 중점을 뒀던 소득주도성장과 차별화된 개념입니다.”

8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만난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제슬로건인 전환적 공정성장과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차이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지난 2일 출범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 후보 직속 ‘전환적 공정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경제학자 중 유일하게 공식 직책을 받았다. 하 교수는 기업가의 혁신을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꼽은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중도 성향 거시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이 후보와는 올초 ‘국가부채 논쟁’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 후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정 건전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외국 빚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정부 적자는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민간 자산”이라는 하 교수의 주장을 인용했다.

하 교수는 거시경제 항등식으로 이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국가부채가 민간에 대한 부채가 되는지는 외국 빚 의존도를 나타내는 순대외채권을 따져보면 된다”며 “한국은 매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국가부채는 곧 한국 내 민간에 대한 부채라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국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채는 국가 통합의 시멘트’라고 한 알렉산더 해밀턴(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국채가 민간의 막대한 여유자금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부동산에 고여 있는 ‘돈의 흐름’을 국채와 같은 생산적인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환적 공정성장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우하향하는 성장 경로를 우상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사일을 더 높은 궤도로 올리는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료를 많이 써야 하는 것처럼 성장에 필요한 혁신을 위해선 국가의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인터뷰하는 동안 수차례 ‘역량’을 언급했다. 그는 “장기성장은 결국 사람의 역량, 기업의 역량, 국가의 역량이 커져 혁신이 일어나야 가능하다”며 “혁신이 일어나려면 모든 경제 주체에 공정한 성장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내세웠지만 유기적 연계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환적 공정성장은 수요뿐 아니라 각 주체의 역량 등 공급 능력을 중시하는 ‘역량 강화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선 “성장에 도움이 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국민적 합의나 동의가 있어야 시행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은 적극 옹호했다. 하 교수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 빚이 70조원가량 늘어난 반면 가계소비는 그만큼 줄었다”며 “소상공인 채무 해결과 매출 증대를 위한 70조원 규모의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9월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 사용 기간이 오는 12월 말 종료되면 소비 진작 흐름이 끊길 수 있다”며 “추가 지급을 통해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매출 증대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안산=오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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