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악기’ ‘신의 장난감’ ‘천국 앞에 놓인 악기’…. 하프에 붙은 별명들이다. 하프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로 오랜 세월 사랑받았다. 하지만 하프 독주회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줄을 뜯어 소리 내는 터라 음량이 작고 연주할 독주곡도 많지 않아서다.
하피스트 한혜주(사진)가 이 같은 하프의 한계를 딛고 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신상일과 함께 17세기 바로크 음악부터 19세기 낭만주의 시대까지 망라해 공연 프로그램을 짰다. 바흐의 칸타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과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로망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드뷔시의 ‘몽상’ 등을 1부에서 들려준다. 한국인 작곡가 구모균이 쓴 ‘바다의 눈물’도 미국에서 초연한다. 지난 3일 서울 평창동에서 만난 한혜주는 “하프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골랐다”며 “하프를 위해 쓰인 곡들이 아니어서 신상일과 함께 모든 곡을 편곡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공들여 준비한 레퍼토리는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페즈 협주곡’이다. 기타 협주곡으로 쓰인 작품을 스페인 하피스트 니카노르 자발레타가 하프에 맞게 편곡했다. 한혜주는 “카네기홀 독주회라는 데서 오는 부담감은 크지만 연주자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 클래식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선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혜주의 카네기홀 독주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펼친 뒤 이듬해 두 번째 공연을 열었다. 모든 공연을 신상일과 함께했다. 한혜주는 “하프의 작은 음량에도 화음을 맞출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필요했는데 신상일은 연주부터 편곡까지 하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최적의 협연자”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몰려드는 카네기홀은 대관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유명하다. 첫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해내자 냉담했던 공연장 스태프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했다. 한혜주는 “처음에는 연습시간도 넉넉히 주지 않고 쌀쌀맞게 대했는데, 첫 공연 후에는 리허설 시간을 늘려주는 등 카네기홀 관계자들이 저를 환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혜주는 한국인 최초로 독일 뮌헨국립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치면서 ‘마이스터(장인)’ 칭호를 얻었다. 심사를 맡은 교수 10명이 연주를 듣고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얻을 수 있는 영예다. 이후 독일 베를린, 뉴욕 등을 오가며 독주회를 열었다. 내년 4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데뷔 음악회를 연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