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 "동시다발 美 임상"

입력 2021-11-08 17:11
수정 2021-11-09 01:02
미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메이저 리그’로 통한다. 그 자체로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시장일 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과 트렌드도 선도하기 때문이다. “미국만 뚫으면 다른 나라는 저절로 열린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러니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벽을 뚫은 국내 제약사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한 SK바이오팜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런 미국시장을 뚫는 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바이오업체다. 미국에 설립한 5개 자회사를 통해 물질 발굴과 임상시험을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1~2상을 시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파는 전략을 펼치는 여느 국내 바이오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홍유석 대표(사진)는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며 “내년에 미국에서 비만·당뇨병·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 1상을 마치고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2상 내년 말 투약 완료”디앤디파마텍은 바이오업계에서 ‘거물급 신인’으로 통한다. 상장하기도 전에 받은 투자금이 2190억원에 달해서다. 이 회사는 내년 초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투자자들이 디앤디파마텍에 주목하는 건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신약 후보 물질을 여럿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으뜸은 뇌질환 치료제 ‘NLY01’이다. 자회사 뉴랄리를 통해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 물질은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 ‘GLP-1’을 활성화하는 식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GLP-1 작용제는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약물의 체내 지속 기간을 늘리면 약효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NLY01은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홍 대표는 “경쟁사 물질에 비해 약물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약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며 “내년 말까지 임상 2상에 참가한 240명 환자의 투약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디앤디파마텍은 같은 물질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 상반기 환자 54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FDA에 임상시험 계획도 냈다. 뉴랄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함께 후속 뇌질환 치료제 두 건도 개발 중이다.

비만·당뇨병·NASH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9월 이들 물질에 대해 중국 선전살루브리스와 선급금 47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연구 인력이 신약 개발 주도디앤디파마텍이 동시다발적으로 미국 임상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이런 경험을 쌓은 인력을 여럿 확보한 덕분이다. 임상을 총괄하는 이슬기 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방사선의학과 부교수다. 135편이 넘는 신약 개발 관련 논문을 내놓은 전문가다. 논문 피인용 횟수는 상위 1%로 꼽힌다. 여기에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권위자인 테드 도슨 미국 존스홉킨스대 신경과 교수도 NLY01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올 6월엔 릴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한국 법인에서 사장을 지낸 홍 대표가 회사 운영을 위해 가세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