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클럽을 빌려 쓴 빅토르 호블란(24·노르웨이·사진)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총상금 720만달러)을 2년 연속 제패했다.
호블란은 8일(한국시간)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GC(파71·701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카를로스 오르티스(30·멕시코)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29만6000달러(약 15억3000만원).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마야코바 클래식으로 열렸다. 작년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자인 호블란은 대회 2연패이자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호블란은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재미교포 제임스 한(40)의 예비 드라이버를 빌려 경기했다. 1라운드를 앞두고 스윙 스피드 늘리기 연습을 하던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1)에게 자신의 드라이버를 써보라고 권했다가 샤프트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대니 리가 먼저 빌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니어서 호블란은 혼자 속앓이를 했는데 이를 본 제임스 한이 자신의 드라이버를 빌려줬다.
제임스 한의 드라이버는 핑(PING)의 G425 모델로, 호블란의 드라이버와 모델은 같았으나 샤프트가 0.5인치(1.27㎝) 짧았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호블란은 1라운드부터 4타를 줄인 데 이어 2라운드에선 6언더파, 3라운드에선 9언더파를 몰아쳤다. 나흘간 페어웨이 적중률은 73.21%로 공동 4위였다. 빌린 드라이버 덕분인지 1타 차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4타 차로 여유롭게 우승했다. AP통신은 “마지막 2시간 동안은 2위 싸움만 펼쳐졌다”고 전했다.
호블란은 “공 2개를 친 뒤 바로 ‘잘 맞는다’는 느낌이 왔다”며 “거리가 10야드 정도 덜 나갔으나 이번 대회는 전장이 짧아 길게 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거리가 짧아 우승했다”고 설명했다.
호블란의 우승으로 PGA투어에서는 5개 대회 연속 ‘비(非)미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지난달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의 임성재(23)를 시작으로 더CJ컵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 조조 챔피언십 우승자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 버뮤다 챔피언십 우승자 루커스 허버트(26) 모두 미국인이 아니었다.
오르티스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약 9m 거리의 천금 같은 파 퍼트를 넣고 19언더파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쳤다. 3위 저스틴 토머스(28·미국)를 1타 차로 따돌렸다. 마지막 퍼트가 들어가 단독 2위가 된 덕분에 그는 공동 2위(64만800달러)보다 14만4000달러나 많은 78만4800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마지막 1타의 가치가 약 1억7000만원이었던 셈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