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국가 경제를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후보로 꼽혔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 행정 경험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에서는 검찰총장 경력이 유일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분야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정권심판론’이 일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李, 중도서 경제 분야 선호도 높아8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중 경제 분야만 놓고 봤을 때 국가 경제를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 40.2%가 이 후보를 택했다. 윤 후보는 31.1%로, 두 후보 간 격차는 9.1%포인트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1.7%를 기록하면서 약진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안랩 창업 경력 등이 고려되면서 다자 대결 시 지지율(7.4%)보다 4.3%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9%였다.
이 후보가 경제 분야 지지율에서 두각을 보인 것은 다년간 행정 경험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다자 대결 시 지지율이 34.5%에 그쳤는데 경제 분야로만 국한했을 때 이보다 5.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도층에서 이 후보(40.2%)에 대한 경제 분야 지지도가 윤 후보(27.2%)보다 높았다. 윤 후보 지지층의 8.4%는 이 후보의 경제 리더십을 윤 후보보다 높이 평가했다. 심 후보 지지층의 40.9%, 안 후보 지지층의 16.1%는 경제 분야만큼은 이 후보를 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 후보는 윤 후보와 비교했을 때 시정과 도정을 두루 경험한 것이 경쟁력”이라며 “최근 부동산을 잡겠다는 등 이 후보가 경제 메시지를 많이 내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경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서는 0.2%P 차 그쳐윤 후보는 경제 분야 지지율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64.9%와 윤 후보 지지층의 70.4%만이 경제 분야에서 윤 후보를 지지했다. 경제 분야 만큼은 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안 후보에게 지지가 분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13.9%와 윤 후보 지지층의 11.1%는 경제 분야에서 안 후보를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분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교수는 “윤 후보가 ‘0선’에 행정 경험도 전무한 경력인 걸 고려하면 두 후보 간 차이가 크다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보면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의 경제 분야 대선 후보 선호도는 이 후보 33.5%, 윤 후보 33.3로, 두 후보 간 격차는 0.2%포인트에 그쳤다. 인천·경기에서 이 후보(42.9%)와 윤 후보(27.4%)가 15.5%포인트 차이가 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TK, PK, 강원·제주에서는 오히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다. TK에서 윤 후보의 경제 분야 지지율은 51.0%로, 이 후보(30.7%)보다 20.3%포인트 높았다. PK에서도 이 후보 33.9%, 윤 후보 38.7%를 각각 기록했다. 강원·제주 역시 이 후보(39.5%)가 윤 후보(41.9%)에 뒤진 결과가 나왔다. ○경제 비전, 핵심 의제로 부상할 듯
향후 경제 분야에서 여야 후보의 비전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며 “가계 부채 문제, 물류 대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내년 초 전후로 국가 경제에 큰 충격이 오게 되면 대선 판도가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 후보의 경제 분야 선호도가 높은 것은 과거 경력에 대한 피상적 이미지일 수 있다”며 “앞으로 두 후보가 지향하는 경제 방향과 경제 분야 기용 인사들을 봤을 때 유권자의 판단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유권자 10명 중 8명은 한국의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40.0%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1.3%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해 한국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응답자는 81.3%에 달했다. ‘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2%, ‘전혀 어려운 상황이 아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8%에 그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6~7일 이틀 간 조사원들이 직접 전화통화(유선 10%, 무선 90%)해 의견을 물었다. 전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5.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