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환경보호 영역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타깃은 바다다. 해조류 근처 유해 미생물을 탐지하거나, 해변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 범위를 늘리는 추세다.
미국 테크익스플로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의 데이비드 윌러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해조류 양식장에서 질병을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양식장 이미지를 학습하고, 환경 정보를 추출해 내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연구다.
예측 위협 지표로는 미생물을 주목했다. 해수 온도가 바뀌거나 일조량이 변화할 경우 해조류 근처에선 해로운 박테리아가 성장한다. 연구팀은 잠수식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이런 이미지들을 촬영하고, AI 모델에 학습시킨 뒤 3차원(3D)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샬린 시아 연구원은 “머신러닝 기반의 공간 재구성은 실시간으로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비용이 싼 통신 장치를 결합해 단가를 낮춰 상용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민간기업 중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섰다. 지난 7월부터 네덜란드 스타트업 테크틱스에 학습용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테크틱스는 해변가 담배꽁초를 줍는 ‘비치봇(사진)’을 생산한다. MS는 약 2000장의 학습용 담배꽁초 이미지를 지원해 로봇에 탑재될 AI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협약은 MS의 ‘AI 포 어스(AI for Eart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AI 기술로 지구 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이를 위해 MS는 지난해 10월 비영리기관 ‘오션클린업’과 함께 자동으로 해양 쓰레기를 식별하고 건져 올리는 AI 장치를 만들었다.
국내는 부산광역시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에 부산지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해양 쓰레기 등 오염물질 이미지를 40만 장 이상 수집하고, 쓰레기 발생 추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AI를 개발한다. 시는 이를 통해 쓰레기 관리에 필요한 행정 지원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