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8명 사망"…지옥이 된 콘서트, 마약 때문이었나

입력 2021-11-08 08:09
수정 2021-12-07 00:01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힙합 뮤지션으로 꼽히는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에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CNN 등 현지 언론은 지난 5일 휴스턴에서 열린 아스트로월드 페스티벌(Astroworld Festival)에서 진행된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에서 군중이 몰려들면서 10대를 포함해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300명 이상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2년 로드 아일랜드에서 100명이 사망한 스테이션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미국 공식 콘서트장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사무엘 페냐 휴스턴 소방대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트래비스 스콧이 무대에 오르자 수만 명이 무대 앞으로 몰려들면서 혼란이 발생했다"며 "중환자 17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이 중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들의 나이는 14세에서 27세로 어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비디오 확인 결과 관중들이 무너진 질서로 서로 밀리면서 필사적으로 간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계속됐다"며 "1시간 후에야 중단됐고, 참석자들은 '지옥', '묘지에서의 파티' 등으로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 중 최소 4번의 촬영 중단이 있었고, 보안 요원이 트래비스 스콧에게 가 관객들을 돌봐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 전에 더 빨리 행사를 종료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냐는 반응도 나왔다.

소셜미디어에서 800만 번 이상 조회된 영상에는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한 남자는 여성을 따라오며 "공연을 멈춰라. 제발 그만하라"고 고함을 쳤다.

트래비스 스콧과 사실혼 관계로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인 모델 카일리 제너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콘서트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로 삶이 깨지고 황폐해졌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쇼가 끝나고 큐스가 나올 때까지 사망자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걸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5만 명 규모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중들의 혼돈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행사를 계속 진행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트래비스 스콧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건으로 참담함을 느낀다"고 심경을 전했다.

압사 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행사 주최 측은 모든 라인업을 취소하고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늘 밤 우리의 마음은 아스트로월드 페스티벌 가족, 특히 우리가 잃은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 한다"며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측 역시 "휴스턴시와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치유하고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국은 시신이 가족에게 최대한 빨리 반환될 수 있도록 빠른 부검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망자 중 일부의 신원도 곧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휴스턴 크로니클은 수백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수많은 소송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축제 주최 측과 보안회사, 트래비스 스콧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 카운티 판사인 리나 힐다고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며 "희생자들의 나이인 14, 16, 21, 21, 23, 27세라는 숫자를 읽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트로이 피너 휴스턴시 경찰서장은 "청중 중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마약을 주입했다는 보고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로월드 음악축제는 2018년 이후 매년 NRG 파크에서 개최돼 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를 건너뛰고 2년 만에 개최됐다. 트래비스 스콧은 2013년 데뷔해 지금까지 여덟 번이나 그래미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