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미래 꿈으로서의 목표도 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업무와 일상 속에서의 목표도 있다. 기업은 매출 목표가 있다. 해를 거듭하며 성장하길 바라는 기업은 연초에 그럴싸한 매출 목표를 기안하며 꿈에 부풀기도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지면 이 목표는 뒷목을 잡게 만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도 매출 목표가 있다. 연초엔 늘 이것이 만만하다. ‘저 정도도 못하면 나가서 코를 박고 콱…’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녹음이 무성한 6월이 되어 상반기를 결산하면 이것이 작은 산이 돼있음을 발견한다. 급기야 10월에 접어들면 이것이 사람을 갖고 놀기 시작한다.
작심삼일이란 말도 있고 목표라는 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은근히 내상을 입는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는 사실 매출 목표가 높지 않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나 될까?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나와주면 금방 현재완료 상태가 된다. 책들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 상당수의 책이 손익분기점 밑에 있다. 연 500부도 안 나가는 책들을 연이어 낳은 해엔 가을걷이 무렵에 버스가 떠났다는 걸 알게 된다. 문제는 간당간당할 때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할 때 매출은 사람을 잡는다. 올해가 그렇다. 버스가 떠나려고 시동을 부릉부릉 걸었는데 아직 떠나진 않았다. 저기 보이는데 평소 걸음처럼 걸어도 도착은 할 것 같다. 하지만 중간에 신호에 걸리면 장담을 못 한다. 이럴 때 대범하게 평소 걸음으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살살 뛰기 시작한다. 예전엔 서점에 배본을 늘리는 게 방법이었지만 요즘엔 서점에서 책을 많이 안 받아준다. 그래서 책의 종수가 늘어난다. 내년 초에 나와야 할 책들이 연말에 당겨서 나오는 것이다. 출간 종수로 월별 그래프를 그려보면 1분기에 확 치솟았다가 2분기에 상승률이 줄고 3분기에 하강했다가 4분기에 다시 상승하는 포물선을 그리게 된다. 대체로 이렇다.
그런데 책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책이 유명 인사가 추천하거나 SNS 채널에 소개돼 팔린다든지, 우수도서로 선정돼 나간다든지 해서 12월 초입에 매출이 달성되는 사례도 있다. 그럴 땐 소를 다시 되몰아 외양간으로 잠시 옮겼다가 내년 1월에 내보낸다. 올해 농사는 결산이 됐으니 이제 내년 농사에 신경쓰는 것이다. 매년 이런 걸 반복하고 있는 우리네 삶이 참 소소하고 비루하고 그렇다.
매출 목표라는 건 큰 부담이지만, 이것이 없이는 회사가 성장하기 힘들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군살이 빠지고 잔 근육도 생긴다. 그리고 꾸준히 반복되면 실력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너무 점프하려다가 떨어지지 말고, 매년 작은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