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바꾸는 조합들…'무분별한 요구' 제동 걸리나

입력 2021-11-07 17:14
수정 2021-11-08 00:43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계약 해지를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에서는 최근 임시총회가 열렸다. 시공사 해지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신월곡1구역은 2009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12월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최고급 브랜드인 ‘르엘’ ‘갤러리아 포레’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커졌다. 투표 결과 시공사 변경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포항 장성동 재개발 사업도 시공사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임시총회 투표 결과에 따라 포스코건설과 태영건설 측에 시공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와 사업비 부담 증가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방배6구역도 지난 9월 DL이앤씨와 특화설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구 신당8구역, 동작구 흑석9구역 등이 올 들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시공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는 소송전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신반포15차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신반포15차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으면 시공권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신반포15차 사례를 계기로 조합원들이 총회만으로 시공사를 해지해 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공사 변경 관련 총회 의결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안’도 최근 발의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바뀌면 시공사 재선정, 설계 변경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질 수 있다”며 “신반포15차 판결은 일부 조합의 갑질을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