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 10L당 1만원 아래였던 요소수가 온라인에선 10배 이상 가격에 거래된다. 그나마도 이달 말이면 재고가 바닥나 웃돈을 줘도 못 구하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화물차주는 패닉이고 부산항이 올스톱 위기를 맞는 등 물류대란이 가시화됐다.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철강 시멘트 화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산업현장의 연쇄 파급이 어느 정도일지도 두렵다. 요소수 하나에 경제와 물류망이 멈추고 농업·소방·구급까지 휘청거리는 기막힌 상황이다.
요소수 대란으로 더 분명해졌을 뿐 원자재 가격 급등이 우리 경제를 급습한 것은 한참 전부터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리튬은 최근 1년 가격 상승률이 250%다. 중국발(發) 원자재 충격은 더 광범위하다.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그네슘 가격이 1년 새 150% 치솟은 것을 비롯해 코발트(73%) 희토류(71%) 등도 뜀박질했다. ‘탄소중립 과속’ 여파로 고철값까지 13년 만에 t당 60만원을 돌파했다.
곡물가 급등도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인플레)’이 다시 회자될 만큼 심상찮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년 새 31%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다. 최근 1년 상승률은 옥수수(식용) 83.2%, 콩(채유용) 58.1%, 밀(제분용) 19.9%다. 수입 곡물가 10%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0.39% 끌어올린다.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2%로, 9년9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한 배경이다.
동시다발적인 가격대란이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무능 행보 탓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원자재 재고가 11월이면 바닥날 것이란 전망에 이미 중국과 협상 중이다. 국내에선 요소수 대란이 본격화한 지난 2일에야 부랴부랴 관계 부처 대책회의가 열렸다.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부른 여파이건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를 별도로 소집했을 정도다. 미국은 희토류의 경우 국방부가 직접 챙기며 안보 사안으로 다룬다. 반면 한국은 20일 전에야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관급 회의체인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가 발족됐다. 정상이 직접 챙기는 선진국과 온도차가 너무 크다. 허둥대지 않고 상호 의존과 경쟁의 고차방정식을 풀어 나갈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