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에 대해 김부겸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달아 반대하고 나서 당정 간 마찰을 빚을 조짐이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고 한 데 이어 5일 국회 예산안 정책질의에서는 “과연 옳은 방식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부정적 뜻을 나타냈다. 홍 부총리도 “전 국민에게 드리는 방식보다 필요한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거들었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와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매표(買票) 정치’에 제동을 거는 것은 당연한 임무다. 이 후보 요구는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국민 1인당 30만~50만원씩 나눠주려면 15조~25조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연말까지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하자고 하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으로 할당하는 것 등을 빼면 전용 가능한 돈이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으로 빚내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빚을 더 내도 된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9년 나랏빚이 2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국회예산정책처)까지 나온 판국에 납득하기 어렵다.
관건은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여당 대선후보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안에 끝까지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다. 이 후보는 어제도 “(전 국민 지원은) 구휼이 아니라 경제정책인 만큼 대상을 선별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압박했다. 유감스럽게도 홍 부총리의 과거 행적을 보면 그 의지를 신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8년 12월 취임한 그는 그간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 증권거래세 인하,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등을 놓고 여당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곳간지기 의무를 다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막판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9전9패 부총리’ ‘홍백기’ ‘홍두사미’ 등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만큼은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힘을 합쳐 나라 살림을 거덜내는 포퓰리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 국고를 지키고, 선거 중립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면피성 쇼’를 되풀이해 ‘10전10패’의 불명예를 안을 거면 당장 그만두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