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양을 돌보던 양치기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양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는 동안 심심하였던지 장난을 치고 싶었나 봅니다. 마을을 향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놀란 마음에 들판으로 달려왔지만, 늑대가 보이지 않았죠. 소년의 장난에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일단 안심하고 돌아갑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나서 앞으로 소년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죠. 그런데 정말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놀란 소년은 마을을 향해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늑대는 양들을 잡아먹었죠. 금융과 신용이솝우화의 이야기 중 하나인 ‘양치기 소년’을 통해 금융에서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신용이란 거래한 재화의 대가를 앞으로 지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A씨가 신용카드 할부로 물건을 샀습니다. 그럼 일정 기간 물건값을 나눠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에 A씨가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고 계속 연체하면 어떻게 될까요? A씨의 신용도는 매우 낮아질 것이고, 다른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카드를 발급받으려 해도 이전의 연체 때문에 거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게 되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국가로 확장하면, 국가 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신용 등급이 하락하고, 외국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합니다. 그러면 돈을 해외에서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어 결국 국가 신용 활동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한국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떨어진 국가 신용 등급을 다시 회복하는 데 18년이 걸렸습니다.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베네수엘라 화폐개혁우리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 ‘신뢰’의 중요성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베네수엘라는 볼리바르 화폐에 대해 100만 대 1의 비율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죠. 2008년과 2018년에도 베네수엘라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통화량을 무차별적으로 늘렸습니다. 결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높은 인플레이션만 유발하게 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화폐개혁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자 베네수엘라 국민은 달러화와 금 같은 안전 자산을 더 선호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어떤 호텔은 하루 숙박에 금 0.5g을 받을 정도로 볼리바르 화폐와 베네수엘라 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지요.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듯, 정부도 정책 목표와 상반된 정책을 시행하거나 실패할 경우 신뢰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포워드가이던스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알맞은 수단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시행 시 내놓는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가 있습니다. 포워드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향방, 물가 안정 목표 등 통화정책의 목표나 전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미리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후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매우 과도하다”라고 하면서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강하게 주는 것도 포워드가이던스의 사례라 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가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도 중요한 점은 통화 당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