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불면증에 드리운 '뇌출혈 그림자'

입력 2021-11-05 10:31
수정 2021-11-15 15:59
잘 잠들지 못하는 증상이 뇌출혈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흡연, 체질량지수(BMI), 커피 소비, 혈압, 수면 습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뇌출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협회저널’ 11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짧거나, 잠이 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불면증 증상이 있는 참가자의 경우 ‘두개 내 동맥류’ ‘동맥류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24%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흡연이나 비만 등이 뇌출혈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불면증과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개 내 동맥류는 뇌혈관이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부풀어올라 혈관이 팽창해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인구의 약 3%는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두개 내 동맥류 환자 중 2.5%가량은 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 출혈로 이어진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 표면의 혈관이 파열돼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에 피가 고이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출혈량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연구진은 ‘국제 뇌졸중 유전학 컨소시엄(ISGC)’이 수집한 6300건의 두개 내 동맥류 사례와 4200건의 동맥류 지주막하 출혈 사례의 유전자 데이터 및 행동 습관 등을 분석했다. 대조군으로는 건강한 사람 5만9500명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불면증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는 뇌출혈 위험성을 24% 높였고,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뇌출혈 발생 가능성이 세 배 높았다. 혈압 영향도 컸다. 확장기 혈압이 10㎜Hg 증가할 때마다 뇌출혈 위험은 세 배씩 높아졌다. 반면 커피 섭취량이나 체질량지수는 뇌출혈 위험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불면증 사례는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인 경우 “밤에 잠드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한밤중에 자주 깨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라고 대답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정했다.

연구를 진행한 수산나 라르손 교수팀은 “불면증과 두개 내 동맥류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다”며 “불면증은 관리가 가능한 요인이기 때문에 뇌출혈 예방 프로그램 및 치료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은 뇌출혈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미국심장협회는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고혈압 위험이 더 높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2019년 8월에는 라르손 교수가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에 13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불면증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 결과를 실었다.

이 연구에선 불면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참여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불면 시 심장마비 위험이 13% 증가했다. 또 심부전 위험은 16% 높아졌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수면 부족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혈압을 높이는 교감 신경을 자극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