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간 뒤 사망 처리된 여성이 24년 만에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5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62·여)는 24년 전 경제난에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 후 가족들과 소식이 끊겼다.
가족들은 A씨의 행적을 찾아다녔지만 생사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법원에 실종신고를 했다. 5년이 지난 2011년까지 A씨의 행방은 묘연했고, 결국 사망자 처리됐다. 이후 A씨의 가족들은 A씨가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지낸 A씨는 남양주 시내 인적이 드문 도심 외곽 쪽방에서 홀로 갖은 일을 하며 지냈고, 10년간 무적자로 살아온 A씨는 사망자로 처리된 탓에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지난달 31일, '길에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여성을 구조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여성이 사망자로 처리된 A씨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실종수사팀은 A씨와 면담을 통해 그가 기억하는 형제들의 이름을 단서로 소재를 파악했고, 또 A씨가 가족을 만나도록 설득했다.
집은 나온 후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A씨는 가족들을 다시 만날 면목이 없어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설득에 A씨는 지난 4일 언니, 오빠와 남양주남부경찰서에서 다시 만났다.
A씨는 "지난 세월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어 홀로 지냈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며 살아왔다.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준 실종수사팀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와 연계해 A씨의 실종선고 취소청구 등 행정절차를 돕고, 이후에도 긴급생계비, 긴급주거지원 등 기초수급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