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노인 시신, 유가족 몰래 '관람료 59만원'에 공개 해부…美 '발칵'

입력 2021-11-04 23:40
수정 2021-11-04 23: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남성의 시신이 유가족 동의 없이 '유료 해부쇼'에 사용되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지역 방송사 '킹5'는 "지난 17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호텔에서 관람료 약 500달러(약 59만원)의 인체 해부 시연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검에서 해부된 남성은 98세에 사망한 데이비드 손더스. 그의 아내 엘시 손더스(92)는 "남편의 시신이 과학에 기증됐다고 생각했지만 유료 생방송 청중들 앞에서 해부됐다"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엘시를 비롯한 남성의 가족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 의학 연구를 위해 그의 시신 기증을 등록했지만 코로나19로 사망했기 때문에 대학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가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의료 및 과학 연구를 위해 사용한다던 단체 '메디 에드 랩스'에 기증했고, 이 단체는 고인의 뜻에 따라 연구 목적으로 시신을 사용하는 대신 가족들에게 장례비와 화장된 유골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고인의 시신을 의대나 병원이 아닌 '데스 사이언스(Death Science)에 팔아 넘겼다.

데스 사이언스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인체 해부를 직접 보여주는 '해부쇼'를 기획했고, 데이비드의 시신이 부검된 첫 행사가 지난 1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신 해부는 퇴직한 해부학 교수가 집도했다. 교수는 수술용 칼로 몇 시간에 걸쳐 시체를 해부하고, 장기를 꺼내며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직접 해부된 시신 일부를 만져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괴한 쑈는 데이비드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데스 사이언스 측이 관람객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메일을 보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데드 사이언스 측은 유족 동의 없이 시신을 해부했다는 지적에 대해 "메드 에드 랩스가 어떤 시신인지 밝히지 않고 판매했다"면서도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목적이었고, 매우 전문적인 행사"라고 답했다. 반면, 시신을 판배한 메드 에드 랩스 측은 "데스 사이언스 측이 시신을 사용하는 용도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데스 사이언스 측은 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에 맞춰 시애틀에서 유료 해부쇼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 사건이 불거지자 행사를 취소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