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내놓은 언론발표문이 논란이다. 아데르 대통령은 그제 정상회담 뒤 “양국은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불가하다는 공동 의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탈원전-탄소중립 병행 불가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냐’는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는 “당장 원전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향후 50년 동안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했던 얘기와 다른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두 가지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아데르 대통령 발언 뒤 “뭔가 이상하다”면서도 조치없이 지나갔다가 한참 뒤에야 “(아데르)대통령이 이해하신 대로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상대국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반응을 보여, 외교 결례 지적이 나오자 발언이 맞다고 번복한 것이다. 문구 하나하나까지 세밀히 따져 발표되는 정상 공동발표문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곧바로 조치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맞다고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공동발표문 내용이 문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다를 게 없다는 해명도 이해하기 힘들다. ‘탄핵 다음은 탈핵’이라는 촛불시위대 구호를 등에 업고 집권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월성 1호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 정부 내에서 원전이 ‘금기어’나 다름 없었다. 대통령 입장으로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라는 취지의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말 체코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할 때도 이런 뉘앙스의 발언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추론하기란 어렵지 않다. ‘탈원전 도그마’를 고수한 채 탄소중립과 원전 수출을 동시 추진하다 보니 그 모순 때문에 자꾸 스텝이 엉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폐기하겠다는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려니 상대국과의 대화내용을 속시원히 공개할 수도 없고, 어렵게 공개된 내용조차 선뜻 확인해줄 수도 없는 사정에 다름 아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원전 복귀 바람이 한창이다. 중국이 향후 15년간 원전 150기를 추가 건설키로 했다는 외신보도다. 프랑스 영국 미국,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일본도 원전 투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매머드급 원전 투자를 하면서도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60년으로 늦춰 잡았다. 한국만 재앙과도 같은 탈원전 및 탄소중립 ‘폭주’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있다면 하나라도 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