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4일 거대 플랫폼 기업을 ‘오징어 게임’의 주최자에 비유하며 규제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인터넷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디지털경제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법안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배달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플랫폼은 코로나 시대 우리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라면서도 “시장을 선점한 소수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굳어지고 힘의 불균형으로 각종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 등 많은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을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에 빗댔다. 그는 “1번 참가자는 주최자의 지위를 악용해 정당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며 “거대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 순서 조작 등의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는 핵심 플랫폼에서의 노출 순위 결정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맹 택시에 차별적으로 배차를 몰아주는 행위(카카오), 거대 쇼핑 플랫폼이 자체상표(PB) 제품을 입점업체 상품보다 상위에 노출하는 행위(쿠팡), 노출 순위 조정을 미끼로 경쟁 앱마켓에 인기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구글) 등에 대한 조사를 언급했다.
포럼에 참석한 프레데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장은 “적절한 사전규제를 통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소비자를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다만 플랫폼을 해체하는 것은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조 위원장의 발언 등 정부의 강도 높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성급하게 처리되면 국내 디지털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처리 중단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규제 법안이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를 경시해 플랫폼 생태계 전체가 고사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훈/구민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