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는 제 필모그래피의 방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배우 류승룡의 말이다. 한국 영화계의 '대들보' 류승룡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배우 조은지의 장편 연출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서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의 버라이어티 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단편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조은지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이 영화는 10대부터 50대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성을 통해 참신한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류승룡을 필두로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까지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공감과 재미를 그려낸다.
4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조은지 감독은 장편 연출 소감에 대해 "전부 새롭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 수 있는 부분도 배우들이 다 채워주셨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기보다 도움을 많이 받았고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은지는 촬영 전 배우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물의 관계, 캐릭터 설정보다 감정에 중점을 두고 관객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글 작업 할 때부터 류승룡을 떠올리며 썼다고 귀띔했다. 류승룡은 "조은지 감독에게 황제 케어를 받은 느낌"이라고 치켜세웠다.
류승룡은 이 영화의 백미에 대해 "웃음 뒤에 오는 묵직한 공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산다. 그런 것들에 대해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류승룡은 녹록지 않은 두 번째 결혼 생활에 두 배로 나가는 양육비, 후배 작가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7년째 글은 안 써져 벼랑 끝에 몰린 작가 ‘현’ 역을 맡아 모든 케미의 중심이 되어 극을 끌어간다.
2018년 '극한직업'으로 천만 대박을 낸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2연속 홈런을 노린다.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작가 현을 완성해 '케미 황제'의 면모를 톡톡히 드러냈다.
류승룡은 "그동안 선 굵고 일상적이지 않은 인물이나 사극, 장르물 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옆집에 살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공은 모두 조은지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조은지 감독이 생각지도 못한 걸 툭툭 줬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디오 주파수가 안 맞을 때 청량하지 못한 소리가 나는데 어느 순간 청량한 소리가 나는 느낌"이라며 "연기 인생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은지 감독이 배우이기에 배우의 마음을 잘 알고 어떻게 구현해낼지 설명해주고, 얘기할 땐 소곤소곤 배려해줬다"며 "'장르만 로맨스'는 제 필모그래피의 방점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현’의 전 부인 ‘미애’는 사랑스러운 대세 배우 오나라가, 그와 비밀 연애 중인 ‘순모’는 믿고 보는 배우 김희원이 분해 알콩달콩한 케미와 함께 일촉즉발의 긴장감까지 불어넣는다.
오나라는 류승룡, 김희원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매 신이 에피소드"라며 "웃느라 정신없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류승룡과 이혼한 후에도 쿨한 척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장면에서 류승룡이 그냥 귀여웠다"고 말했다.
김희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총, 칼 들고 그랬는데 사랑스러운 역할이 체질이더라"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유영과 충무로 기대주 성유빈이 ‘현’의 이웃인 미스터리 4차원 ‘정원’과 ‘현’의 아들 ‘성경’을 맡아 말맛 무비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성유빈은 모자 관계를 연기한 오나라에 대해 "현장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항상 갖고 계셔서 현장 가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유영에 대해서는 "옆집 사는 누나처럼 편하게 해 주셔서 같이 노는 느낌으로 연기했다"며 "두 분 다 자연스럽게 알고 지낸 사람들 같아서 좋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배우 무진성은 ‘현’과 공동 집필을 하는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으로 분해 보면 볼수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측불가의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무진성의 영화 첫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얼떨떨한 감정이고 매 순간이 감격스럽다. 부담감을 가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진심을 다했다"고 말했다.
류승룡은 후배 무진성에 대해 "작품에 집중하는 모습과 감독의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생각지 못한 연기를 거침없이 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자극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무진성은 "배우로 연기를 하며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을 때 류승룡 선배의 영화를 보며 에너지를 얻고 멋진 배우가 되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며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예측불허의 신선한 전개와 맛깔나는 대사로 무장한 '장르만 로맨스'는 오는 17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