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역사의 반절 되살린다"…SM·유튜브, 의미 있는 부활 프로젝트 [종합]

입력 2021-11-04 12:29
수정 2021-11-04 12:43

SM엔터테인먼트와 유튜브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과거 K팝 뮤직비디오들을 부활시킨다. 이번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 포진한 음악 팬들에게 K팝의 역사를 몸소 보고 듣게 하며, 체험형 'K팝 바이블'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유튜브는 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장에는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그룹 에스파 카리나·지젤, 이선정 유튜브 음악 파트너십 및 아태지역 아티스트 지원 총괄 전무가 참석했다. 진행은 박선영 아나운서가 맡았다.

'SMx유튜브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는 지난 수 십 년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K팝 뮤직비디오를 리마스터링해 공개하는 것으로, 90년대 및 2000년대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리마스터링 외에도 유튜브를 활용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글로벌 음악 팬들에게 K팝의 역사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음악 업계 성장에 더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기획됐다.

SM 이성수 대표는 K팝이 호황을 맞은 최근의 상황을 언급하며 "요즘 신보뿐만 아니라 과거 음악과 음악방송까지 찾아서 듣고 구매하는 '백워드 스필오버(backward spillover)'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K팝에 대한 관심이 확장됐다"고 짚었다.

이어 "K팝 전체 자산으로 봤을 땐 반절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새로 유입된 K팝 팬들, 해외 팬들이 K팝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된다면 더 재밌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K팝에 아주 중요한 근원과 꼬리를 알려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프로젝트 기획 배경을 밝혔다.

SM과 유튜브의 협업 계기에 대해서는 유튜브 이선정 전무가 답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양사가 동일한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걸 알게 돼 같이 해보자고 했다. 유튜브에서는 K팝의 역사를 만들어온 SM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하게 돼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K팝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동반자,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Mx유튜브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의 포문은 이날 오전 10시 H.O.T.의 '전사의 후예'가 열었다. 이후 유튜브 SMTOWN과 SM STATION 채널을 통해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등 여러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히트곡 뮤직비디오가 고화질로 공개된다. 더불어 선후배가 함께해 새로운 버전으로 재해석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마련됐다.

이 대표는 "SM은 1995년 창사 이래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왔다"며 "뮤직비디오는 SM이 추구하고 바라는 모든 걸 담은 SM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K팝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종합 콘텐츠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SM의 헤리티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SM이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개설했던 2009년을 떠올리며 "K팝에겐 의미 있는 해다. SM에서는 소녀시대 '지(Gee)', 슈퍼주니어 '쏘리 쏘리', 동방신기 '주문' 등이 나왔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글로벌화하는, 중요한 해였다. 그런데 2009년 이전 작품들은 따로 모아서 업로드할 기회가 없더라. H.O.T.가 데뷔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13년의 시간 동안 나온 뮤직비디오들을 업로드하고 싶어도 기술 자체가 없었다"고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기술적인 발전 하에 자연스럽게 '이제는 때가 됐다' 싶었다. SD급으로 만들어졌던 300편 이상의 뮤직비디오들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재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이 대표는 "20년 전의 과거 원본 소스들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 많은 방송국에 협조를 구해 소스를 얻었지만, 그 당시와 기술적 차이가 커서 어려웠다. 오늘 H.O.T.의 '전사의 후예'가 공개됐는데 우리로서는 더 잘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유튜브는 오감엔터테인먼트, 지니뮤직, 콜랩아시아, 한국음반산업협회, NHN벅스 등 유통사 및 기획사와의 협력을 통해 음악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다양한 K팝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디지털 플랫폼에 보다 적합한 화질로 리마스터링해 공개한다.

1990년대 댄스, 2000년대 댄스&힙합, 레전더리 여성 아티스트, 레전더리 남성 아티스트, 레전더리 발라드 등을 주제로 이날부터 매주 순차적으로 총 50여 팀의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 및 저작권자의 음악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더 넓은 온라인 관객층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이선정 전무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약 50여개의 작품을 리마스터하다 보니 소속사, 유통사가 계속 바뀌는 과정에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권리가 양수·양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해결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유통사, 기획사 등 파트너사들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고자 다양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한다. SM과 유튜브는 SM이 프로듀싱한 S.E.S.의 명곡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의 음원, 뮤직비디오 및 퍼포먼스를 후배 가수인 에스파가 재해석해 선보이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오는 12월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리마스터링된 뮤직비디오들을 알릴 계획이다.

이성수 대표는 "현재의 K팝 아티스트들이 탄생되기 이전에 어떤 음악과 아티스트들이 있었는지, K팝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고화질 콘텐츠를 통해 K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늘 하던 말이 있다. H.O.T., 신화, S.E.S.의 팬이었던 분들이 이제 엄마, 아빠가 돼 자녀들과 지금의 K팝을 보는데 같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SM의 목표라는 거였다. 이번 프로젝트로 드디어 그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선정 전무 역시 "유튜브의 역할은 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전세계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사용자에게 다양한 음악을 제공하는 거다. 이번 프로젝트는 K팝의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도 있다"면서 "요즘 유저들이 보고 있는 영상이 K팝 역사의 반절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머지 반절을 발굴해 보여드리고, K팝에 대한 관심과 저변도 확대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앞으로도 한국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Mx유튜브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공개되는 뮤직비디오는 SM STATION 및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통사 및 기획사의 대표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매주 업데이트되는 유튜브 코리아 채널 및 유튜브 뮤직 재생목록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