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피스텔 청약에 광풍이 불고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등 아파트보다 청약 규제가 느슨해 실수요자들이 찾고 있는 데다, 100실 미만 오피스텔엔 전매제한이 없어 투자자들까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에 대우건설이 짓는 '신길 AK 푸르지오' 오피스텔에 대한 본청약 접수에 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행사 측은 청약 신청 마감 시간을 애초 이날 오후 5시에서 밤 12시까지로 연장했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4층, 5개동, 전용 78㎡ 총 96실가 들어선다. 분양가는 9억7000만~9억8000만원 선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쏠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에는 12만4426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청약신청금이 1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원이 넘은 '뭉칫돈'이 몰린 셈이다. 평균 경쟁률은 1398대 1에 달했고, 일부 유형은 57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역대 오피스텔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분양가가 최고 22억원대인데도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처럼 오피스텔에 수요자가 쏠리는 이유는 먼저 아파트보다 규제가 느슨해서다. 오피스텔은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점도 인기다.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 부부들이 오피스텔 청약에 몰렸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100실 미만이면 전매 제한도 없다. 당첨만 되면 초반에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아파트 투자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환경이 나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10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가는 2억9076만원으로 3억원에 육박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0년 이후 최고가다. 전년 동기보다는 9.72%(2578만원) 늘었다.
경기도와 인천 오피스텔 상승세는 서울보다 더 두드러진다. 경기도 오피스텔 평균 매맷값은 2억7623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4766만원), 인천 오피스텔 평균 매맷값은 1억6480만원으로 같은 기간 21.2%(2887만원) 각각 올랐다.
거래도 급증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9월 24일까지 서울 오피스텔 매매는 1만3918건, 경기는 1만43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2%, 6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3만7046건, 경기는 12만8762건으로 각각 40.5%, 2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