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극심한 통증에도 뇌출혈 늦게 발견한 의사, 결국 벌금형

입력 2021-11-04 02:58
수정 2021-11-04 02:59

극심한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한 환자에 대한 검사를 게을리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광주 지역 한 종합병원 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내과 의사 A(49)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 의사인 A씨는 2009년 8월 15일 두통·복통·구토감·전신 근육통 등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한 40대 환자 B씨에 대해 지주막하 출혈 등이 의심됨에도 CT 검사를 시행하거나, 신경외과 협진을 요청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입원 치료 중이던 B씨는 고통이 심해짐을 반복해서 의료진에게 호소했으나, 의식을 잃고 사지 강직 증상을 보인 후에야 뇌 CT 검사를 받아 뇌출혈을 발견했다.

이후 광주 동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대학병원 측 의사 2명이 또다시 우측 척추동맥 부위를 확인하지 않는 일이 반복돼 서울지역 병원으로 재차 전원된 후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더났다.

A씨는 “피해자에게 나타난 여러 증상을 종합하면 이상 징후를 판단할만한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사망은 대학병원에서 뇌혈관 조형술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판사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장 신경외과 영역 회신서를 토대로 “망인에게 지주막하출혈이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확진하기 위해 뇌 CT 검사를 해 출혈을 확인하거나, 신경외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등의 조처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종합병원에 내원할 무렵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 대학교 병원으로 전원될 당시 피해자는 이미 의식을 상실하고 사지 강직 증상을 보이는 등 뇌 출혈량이 많은 상태로 그 예후가 좋지 않았다”며 “뇌혈관조영술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파열 부위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대학교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피고인 과실이 함께 작용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