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 백신 접종률 높이려 '갱단' 동원…동영상 공개

입력 2021-11-03 18:21
수정 2021-11-03 18: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악명 높은 원주민 갱단 두목들이 뭉쳤다.

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마오리진흥부 장관 월리 잭슨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갱단 두목이 등장하는 4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갱단 △헤드 헌터스 △블랙 파워 라이프 △몽그럴 몹 등을 이끄는 7명의 갱단 두목이 등장해 원주민 등에게 접종을 당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갱단 블랙 파워 라이프의 두목 데니스 오레일리는 영상에서 "그동안 총을 몇 방 맞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두 방 맞았으니 당신도 나처럼 백신을 맞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등장한 갱단 헤드 헌터스의 두목 스티븐 데일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기에 백신을 맞았고, 친척을 보호하길 원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는 납치 사건에 연루됐다가 2016년 무죄 평결을 받은 후 경찰을 조롱해 유명세를 탔다.

잭슨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갱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을때 나는 그들과 함께 앉아서 백신 접종을 받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또 "갱단들은 건강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고, 그들 모두 백신 접종에 동의하도록 한 것은 상식과 공중보건의 승리였다"면서 "만약 우리가 갱단에 예방접종을 장려하지 않았다면, 이 전염병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잭슨 장관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갱단을 이용해 백신 독려 캠페인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뉴질랜드헤럴드는 "잭슨 장관이 갱단 두목들과 논의 도중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의 아들이 영상을 취합하고 편집했다"고 보도했다.

갱단을 편드는 게 아니라 원주민(마오리족) 가족을 위해 그들(갱단)을 통해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백신을 맞도록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정책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뉴질랜드는 백신 접종률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갱단에 협조를 요청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무렵부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갱단 조직원이 백신 정보가 부족한 원주민을 설득해 접종 기관으로 데려오는 등 '백신 홍보' 활동을 펼치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