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를 골프채 등으로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24)의 상해치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 측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에는 상당 금액을 공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한기일 속행을 요청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12일 동갑내기 친구 B씨의 얼굴을 주먹과 슬리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 넘어뜨려 뇌출혈로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B 씨의 하의와 속옷을 벗긴 뒤 자신의 성기를 꺼내 조롱했고, 사건 당일을 비롯해 세 차례에 걸쳐 골프채 등으로 폭행했다. B 씨에 대한 폭행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졌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최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 15년,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제한 2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반복 폭행하는 등 친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히고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친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가학적 즐거움만을 위해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또 "폭행 후에도 적극적인 구호 조치 없이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범행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면서 "범행 동기와 횟수,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죄가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가 B 씨를 폭행할 당시 골프채를 건네주는 등 돕거나 붙잡아 주고, 휴대전화로 B 씨를 촬영한 친구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 모두 피해자와 초·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15일 열린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