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30% 감축' 합의했지만…'빅3' 中·러·인도는 빠진 반쪽 서약

입력 2021-11-03 17:32
수정 2021-11-04 00:52
세계 정상들이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2030년까지 메탄을 30% 줄이기로 합의했다. 전날 산림 파괴를 멈추기로 한 데 이어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동참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주요 메탄 배출국이 빠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부터 중국과 미국의 날선 대립이 이어지면서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 못해 이번에 나온 기후변화 합의가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3대 메탄 배출국 빠진 합의 이날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100여 개국 정상은 ‘국제 메탄 서약’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인다는 게 골자다. 로이터통신은 이 서약에 세계 메탄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100여 개국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세계 5대 메탄 배출국으로 꼽히는 브라질도 동참했다. 미국도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또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포함된 산림 면적은 3360만㎢다. 한국 영토(10만210㎢)의 336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메탄가스 감축과 산림 파괴 방지가 결합돼야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메탄가스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으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 기구인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산림은 지구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 하지만 이런 산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WRI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에서 사라진 산림의 넓이는 한국 영토의 2.5배 수준인 25만8000㎢에 이른다. 이번 선언은 2014년 40여 개국이 발표한 뉴욕 선언의 연장선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불완전한 합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메탄 서약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세계 메탄 배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세 국가가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 앞서 2030년 메탄 배출 30% 감축을 선언하고 이 같은 내용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 등에 반영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 목표를 2018년(2800만t) 대비 30% 줄인 1970만t으로 설정했다. 부문별로는 농축수산 250만t, 폐기물 400만t, 에너지 180만t 등을 감축한다. 미·중, 기후변화 놓고 사사건건 충돌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시한도 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G20 정상회의에선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이라는 모호한 목표 시한이 제시됐다.

탄소배출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은 시한 설정에 실패한 책임을 서로에 전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기후변화 대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이 (총량으로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1인당 배출량은 미국이 훨씬 많다”며 “COP26의 성공 여부는 미국 태도에 달렸다”고 날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COP26에 참석하지 않은 시 주석을 향해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불참을 존중하지만 그들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순방 외교를 중단하고 화상 참여 등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엔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기후변화협약 총회엔 셰전화 기후변화 특사를 보냈다. 셰전화 특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5년을 낭비했다”며 “중국은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소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