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여섯 개의 섬이 있다. 조선시대 목축장이었던 여의도와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선유도, 생태보호 습지가 된 밤섬, 반포 한강공원의 서래섬, 물 위에 뜬 인공 세빛섬 등이다. 난초가 무성했던 난지도와 뽕을 키우던 잠실도는 뭍으로 변했고, 중랑천 하구의 저자도는 없어졌다.
노들섬은 좀 특이하다. 원래는 섬이 아니라 모래톱이었다. 1917년 일제가 철제 인도교(현재 한강대교)를 놓을 때 모래 언덕에 석축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다. 섬 주변의 백사장은 광복 이후 여름 물놀이장과 낚시터, 겨울 스케이트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후반 강변북로 건설 과정에서 모래가 줄어든 뒤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오랫동안 버려졌던 이 섬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이 이곳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대형 공연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취임한 오세훈 시장도 이를 활용한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백지화됐다. 그 대신 주말농장 텃밭이 들어섰다.
이후 아까운 땅을 놀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박 시장은 2019년 이곳에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하지만 사각형 모양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교도소를 연상시킨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 방문해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별로 없는 ‘유령섬’이 됐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최근엔 서울시가 노들섬 운영업체에 대한 감사에 나서 횡령혐의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노들섬은 이렇듯 시대와 사람에 따라 영욕의 시간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선 초기부터 기록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은 걸 감안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이 섬을 감싸고 흐르는 한강은 폭이 1㎞를 넘는다. 이 정도 넓은 강을 낀 수도는 드물다. 프랑스 파리 센강의 폭은 100~200m로, 한강 지류 중랑천과 비슷하다. 센강의 시테섬은 길이 914m, 너비 183m에 불과하지만 노트르담대성당 등 유명 건축물이 즐비한 명소다. 이보다 작은 생루이섬도 이름난 관광지다.
노들섬 면적은 15만㎡에 이른다. 이 넓은 섬을 세계적인 예술관광 명소로 만들 묘안은 없는 걸까. 같은 공간을 놓고서도 이렇게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해야 할까. 풀어야 할 숙제는 많건만 정작 노들섬은 말이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