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관리는 혈당을 조절하는 체내 인슐린 농도를 관리해주는 게 핵심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뇨병 인구는 4억2000만여 명. 업계에선 이 중 인슐린의 주기적인 투약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는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미국 인슐렛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공급을 지난 5월 국내, 9월 유럽에서 시작했다. 지난달엔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맺으며 중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사진)는 “중국 시장에서 3년 안에 제품을 내놓겠다”며 “가격경쟁력과 뛰어난 성능을 무기 삼아 5년 안에 잠재고객 2000만 명 중 100만 명에게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 공장 세워 가격경쟁력 확보”
이오플로우는 지난달 27일 중국 시노케어와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기기 업체가 해외 법인을 차릴 땐 유통을 맡기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이오플로우는 유통은 물론 제품 생산까지 현지 합작법인에 맡기기로 했다. 제품 공급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시장은 의료기기가 보험 적용을 받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다른 지역에서보다 과감한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중국 사업은 ‘시노플로우’라는 이름의 합작법인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현지 브랜드로 공급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김 대표는 “시노케어는 이미 혈당측정기 등 당뇨 관련 의료기기로 연간 3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며 “펌프에 쓰이는 구동 부품은 이오플로우가 직접 공급해 합작법인에 생산을 맡기더라도 핵심 기술에 대해선 독보적인 업계 위상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중동, 남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인슐렛이 진출하지 못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동 시장은 문화적인 이유로 인슐렛과 같은 미국 기업이 발들이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반면 유럽 CE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들은 진출이 수월한 편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5월 이오패치로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고 이탈리아 메나리니를 통해 유럽 시장에도 이오패치를 공급하고 있다. 연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선 인슐렛도 제품 공급을 늘려가는 단계인 만큼 메나리니의 유통망을 살리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혈당 측정기 결합 제품 임상 추진”이오플로우는 인슐렛과 같은 시장에서 맞붙더라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가격경쟁력과 제품 성능에서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이오패치는 경쟁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하다. 1회 사용 시간은 3.5~4일로 경쟁 제품의 3일보다 길다. 배터리 개수는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김 대표는 “더 적은 배터리를 쓸 수 있으면 똑같은 제품 크기로 더 많은 인슐린을 담을 수 있다”며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용량 제품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달 2형 당뇨병 임상시험의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다른 제품 개발 계획도 순항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혈당 센서를 통합해 자동 인슐린 주입 기능을 넣은 ‘이오패치X’ 임상시험계획(IND)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 당뇨 수치 측정과 인슐린 주입을 따로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신장투석기도 내년 시제품 확보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인슐린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호르몬 기반 치료제나 진통제 등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신약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