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高물가 속 임단협…'임금 인상' 압박 커지나

입력 2021-11-02 17:36
수정 2021-11-03 03:00
기업들은 물가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기업들은 노동조합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사가 임단협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물가 상승률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매년 내놓는 임단협 가이드에 따르면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기초로 하고 회사 실적을 얹도록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협회 관계자도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 인상률이 낮으면 노조는 실질적으로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성장률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요한 인상 근거로 작용한다.

지난 9월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올해 2%가 넘는 물가 상승률과 실적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4.3%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쟁의행위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사상생 명목으로 이미 큰 폭의 임금 인상 결정을 내린 기업에도 높은 물가 상승률은 부담이다. 내년 임단협의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마무리된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현대자동차가 그렇다. 업계 최초로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 인상률을 연동한 SK이노베이션 같은 기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물가와 임금 상승은 내년 경기가 불확실해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기업에 특히 큰 부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8월 매출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단체교섭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종 타결된 임금 인상률은 평균 3.2%였다. 경영계 관계자는 “높은 물가 상승률만으로 기업 환경이 특별히 나아지는 게 아닌데, 내년 1분기 시작될 임단협에서 노조가 물가 상승률을 지렛대 삼아 작년과 올해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