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2일 16: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디슨모터스에 8000억이나 대출해주면서 경영권도 못 가질 거면 KDB산업은행이 진작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하든 다른 방법을 썼겠지, 여기까지 왔겠나."(IB업계 관계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인수합병(M&A)을 두고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산은에 평택 부지를 담보로 대출해달라고 요청했고 응당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데 대해 산은측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에디슨모터스는 2일 쌍용차와 M&A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산은 대출 조건'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날 인수대금의 5%인 155억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쌍용차의 정밀실사를 시작했다. 최종 인수 가격과 거래 조건 등은 협의 후 확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MOU에서 '산은 대출' 조건이 빠진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산은이 평택 공장 부지를 담보로 7000억~8000억원의 담보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인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었다. 우협 선정 이후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예전에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할 때도 산은이 지원해줬는데 국내 기업이 인수한다는데 지원을 해줘야 마땅하지 않겠냐"며 "이미 산은에 대출 요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이례적으로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쌍용차는 현재 법원 및 회사 주관하에 회생 인가 전 M&A가 진행 중으로 현재까지 법원, 회사 또는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어떠한 자금지원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산은의 자금지원은 국민의 부담으로 조성되는 만큼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의 내용과 수준,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충분한 입증과 검토를 거쳐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혈세 낭비'라는 여론을 가장 꺼려하는 산은 입장에서는 80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아무리 담보대출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지원해주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산은은 "인수 관련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에디슨모터스가 언론을 통해 산은 지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출을 조건으로, 그것도 8000억이라는 큰 금액을 달라고 조건을 건 것 자체가 산은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괘씸했을 것"이라며 "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우협이 8000억원 내놓으라고 배짱 부린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만약 그 돈을 들일 거였으면 산은이 진작에 워크아웃을 하든 다른 방법을 썼겠지 회생 인가 전 M&A 단계까지 왔겠냐"며 "게다가 서울회생법원이 그 조건을 철회하라고 우협에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회생법원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우협 지위를 주면서 "쌍용차와 협상을 거치면서 산은 대출 조건은 철회하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는 얘기다. 자칫 쌍용차 매각이 '조건부 인수'로 비쳐질까 우려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첫 발부터 잡음을 내며 출발한 쌍용차 인수전은 앞으로 에디슨모터스가 얼마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KCGI가 일반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로부터 유치하는 자금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에디슨모터스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2000억~3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 대표는 "3100억원에 쌍용차 인수한 뒤 추가자금이 5000억~1조원 가량 필요할 것"이라며 "평택 공장부지를 담보로 최소 7000억~8000억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2주 간의 정밀실사를 마친 뒤 연말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 변제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채권단 관계인집회, 본계약 체결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