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국가대표 여자 농구선수 출신 김영희가 거인병 투병 근황을 전했다.
김영희는 2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해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얼마 전에 또 크게 아파서 2개월 동안 입원을 했다. 너무 힘든 고비를 병원 안에서 많이 넘겼다"고 밝혔다.
이어 "거인병(말단비대증)이라는 게 장기가 커지는 병인데 예전에 수술했던 자리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LA올림픽 당시 여자 농구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김영희에게 아픔이 찾아온 것은 1987년부터다. 그는 "훈련 도중 전신마비가 오고 눈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뇌 수술을 받은 뒤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김영희는 "뇌 수술을 받고 답답해서 백화점에 가볼까 하고 집을 나서면 등 뒤에서 남자분들이 '거인이다', '저게 여자야 남자야', '저것도 인간이냐'면서 웃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또 "어떤 할머니가 '엄마야'라면서 흉측한 동물을 보듯이 놀라더라. '놀라셨냐. 나 사람이다. 몸은 마음은 솜사탕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가면서 '거인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중학생 20명이 집 문을 두드리면서 '거인 나와라'라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영희는 "한 3~4년 정도 집 밖에 안 나가고 아침에 눈 뜨면 소파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보면서 흘러가는 구름을 봤다"면서 "불안증이 심할 땐 밤이 무서워서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데도 난방을 틀지 않고 문을 다 열어놓고 밤새 운다. 해가 나오면 안정이 되는데 깜깜할 때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밝혔다. 현재는 봉사를 하면서 불안증을 견뎌내고 있다고도 했다.
금전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고. 한 달에 70만원 정도 지급되는 체육 연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는 그는 "어떨 때는 보름도 안 되었는데 7000원 밖에 안 남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김영희는 서장훈, 허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장훈이 몇번 도움을 줬다. 은행 통장으로 입금을 해줬다. 정말 마음이 따뜻하다.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허재 감독도 힘내라면서 돈을 보내줬다. 정이 많다. 겉모습만 보면 안 된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