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사업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정책의 허점이 드러났다. 앞서 정부가 카드 캐시백 실적 인정에서 제외되는 업종이라 분류한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 대형마트, 대형 종합 온라인몰, 대형백화점(아울렛·복합몰 포함), 명품전문매장 모두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 시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카드 캐시백 실적 제외 대상으로 선별한 업종 대다수에서 우회로를 통한 캐시백 실적 적용이 허용됐던 셈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판매자의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구매했더라도 결제 방식에 따라 캐시백 실적 적용 여부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카드 캐시백 사업은 올해 10~11월 카드 이용액이 지난 2분기 월평균보다 3% 이상 많을 경우 증가분의 10%를 1인당 월 최대 1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성 충전금(카드 포인트)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정부가 국민의 전체 지출액에 대해 카드 캐시백 형식으로 현금을 돌려주는 정책은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이다. 백화점부터 삼성·애플까지 다 열렸다…'졸속 정책' 한계 드러나3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정부가 카드 캐시백 실적 제외 대상으로 분류한 업종 모두 간편결제(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에 해당하는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 시 캐시백 실적으로 집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프라인이 주 결제 통로인 만큼 우회로가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대형백화점과 명품전문매장까지 네이버·카카오페이 결제 시 그대로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네이버에 입점한 업체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포함된 물품에 대한 네이버·카카오페이 결제 내역이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맞다"며 "사실상 정부가 캐시백 실적 제외 대상으로 두고 있는 대다수 업종에서의 결제 내역이 캐시백 실적으로 잡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대형백화점, 명품전문매장,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 대형 종합 온라인몰 등을 카드 캐시백 실적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카드 캐시백 사업의 주목적이 민간 소비 활력 증진에 있으나, 혜택이 소상공인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원칙대로라면 이들 업체에서 지출한 금액은 오프라인 매장이든 온라인 거래든 캐시백 실적에 산출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실적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러한 업체의 우회로는 모두 뚫린 상태다.
현재 네이버에서는 네이버쇼핑 백화점윈도에 입점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네이버페이로 상품을 구매하면 바로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된다. 여성의류, 신발, 주얼리 및 시계는 물론 통상 백화점 1층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명품관 제품 결제 내역까지 모두 실적으로 산출된다. 네이버쇼핑 아울렛윈도 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현대시티아울렛,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에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실적으로 인정된다.
네이버장보기에 입점한 현대백화점, 이마트몰, 홈플러스에서 네이버페이로 식음료를 사는 경우도 모두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된다. 대형마트도 뚫린 셈이다. 여기에 네이버쇼핑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애플 공식 브랜드스토어, 삼성전자 공식 브랜드스토어 등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상품 구매할 때 역시 전체 결제 내역이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된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쇼핑하기 온라인 채널에서 카카오페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결제 내역이 캐시백 실적으로 잡히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채널에서는 버버리, 구찌, 생로랑 등 고가의 명품을 카카오페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애플·LG전자 등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의 상품 결제 내역도 모두 실적으로 인정된다.
대형 종합 온라인몰도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즉시 캐시백 실적으로 집계된다. 현재 정부는 쿠팡, G마켓, 옥션, G9, 11번가,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SSG, 롯데ON 등 대형 종합 온라인몰에서의 카드 결제는 캐시백 실적 인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에서도 네이버·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 경우 캐시백 실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문제 알면서도 '카드 캐시백' 강행한 정부…"신속히 개선안 마련"정부가 카드 캐시백 실적 제외 대상으로 발표한 거의 모든 업체에서 네이버·카카오페이라는 우회로를 이용하면 캐시백 실적으로 적용된다. 사실상 허점이 발견된 셈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판매자의 상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하더라도 결제 방식에 따라 캐시백 실적 적용 여부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카드사와 간편결제 업체의 결제 시스템이 상이해 시스템 연동이 불가한 데에 따른 것이다.
현 체계에서 소비자가 네이버·카카오페이로 상품을 구매할 경우, 카드사는 구매처가 대형 백화점인지 영세 자영업자인지 구분할 수 없다. 카드사에 전달되는 사업자 정보에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역할을 포함하는 간편결제 업체명만 뜨게 돼서다. 카드사가 하위 입점 사업자 정보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간편결제 업체 측으로부터 모든 결제에 대한 데이터를 전달받고 일일이 결제 업종을 분류해야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뒤늦게 실적 제외 업종에서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을 사용실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카드 캐시백 사업이 불과 다음 달이면 종료되는 만큼, 시행 기간 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속히 논의 과정을 밟더라도 1~2달 내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선안을 논의 중인 기재부와 여신금융협회가 현재까지도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체계에서는 여신금융협회가 간편결제 업체의 결제 자료를 모두 받아서 수작업으로 결제 내역을 분류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 하더라도 다음 달까지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기재부 또한 해당 기간 내 문제가 완벽히 개선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국내 카드사와 간편결제 업체 간 결제 시스템 차이에 따른 문제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간편결제 업체와 논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정책을 추진한 탓에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재부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카드 캐시백 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위 입점 사업자 정보 확인 불가 사안에 따른 문제에 대해선 일부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고, 정책 시행 단계에서 새롭게 인지한 부분도 있었다"며 "최대한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여신금융협회와 상세한 논의를 통해 개선안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