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나랏빚 2000조"…'예정처'의 경고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1-11-02 05:00
수정 2021-11-02 10:20
정부의 정책기조가 지속될 경우 수년 내 나랏빚이 200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년 사상 처음으로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국가채무 급증을 막기 위해선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나랏빚 2000조원 시대 온다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2030 중기재정전망'을 통해 2029년 국가채무가 2029조5000억원을 기록해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9월 예산안을 발표하며 내놓은 정책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가정한 '현상유지' 시나리오 분석의 결과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내년 1072조6000억원에서 매년 수백조원 증가한다. 5년 후인 2026년엔 1575조4000억원으로 1500조원대를 돌파하고, 그로부터 3년만인 2029년 2000조원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50.4%에서 2026년 61.0%를 기록해 60%대를 처음으로 기록한 후, 2028년(71.6%)부터 70%대로 뛰어오른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엔 국가채무 비율이 75.2%를 기록하게 된다.

나랏빚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이자지출 비용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7조9000억원 수준인 이자지출은 2023년 21조2000억원으로 사상 첫 20조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엔 34조원, 2030년엔 36조4000억원을 이자로 내야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자부담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적자도 매년 큰폭으로 늘어난다. 이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국가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61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후 2026년 85조9000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83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2029년에는 104조원, 2030년엔 112조원까지 적자가 늘어난다. GDP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내년 -2.9%에서 2030년 -4.0%로 확대된다.

예정처가 전망한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 산식에 대입하면 당장 2024년부터 재정준칙을 위반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이 57.4%,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3%를 기록해 재정준칙 지수가 1.05로 1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당장 내년 99조9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하는데다, 2029년이 되면 150조9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지출 줄이거나 세금 더 걷어야예정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와 함께 재량지출을 감축하거나 세금수입을 확충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지출감축 시나리오는 정부의 재량지출 감축 노력이 성공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채무 증가 속도가 미세하게 줄어든다. 나랏빚 2000조원 시대는 2029년이 아닌 2030년(2016조7000억원) 찾아온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4%까지 올라갔다가. -1%대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에 명시된 각종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채무 증가속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도 제시됐다. 조세부담률을 2023년과 2026년에 1%포인트씩 인상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2030년이 돼도 채무는 2000조원을 넘지 않는다. 수입이 매년 5%가까이 확충되기 때문에 빚을 내지 않아도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재정수지도 -3% 미만으로 관리된다.


지출을 줄이고, 세금도 더 걷는 경우엔 2030년 국가채무는 1689조3000억원으로 관리되고 통합재정수지는 2029년부터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제시됐다.

예정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에서는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경제위기시 경험했던 높은 적자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지출통제와 세입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채무 상승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형 재정준칙 등 재정규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