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보다 尹이 쉬운 상대"라는 與, 진심일까

입력 2021-11-01 17:41
수정 2021-11-02 03:41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세를 집중해왔는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국민의힘 경선후보 토론회에 대해 “검찰총장 후보 토론회인지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갈 후보 토론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상대방을 흠집 내는 수준이 안 맞는 토론”이라고 야당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초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그에 맞춰 화력을 집중해왔다. 민주당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만든 ‘고발사주 국기문란 태스크포스(TF)’는 이날 6차 회의를 열고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와 장모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내에는 윤 전 총장을 두고 ‘쉬운 상대’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미화’, ‘개 사과’ 사진 등 실언과 실책으로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데다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며 “본선에서 행정가 출신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더 대비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대라는 의견이 많다. 5선 의원과 경남지사를 지낸 홍 의원은 이력에서 이재명 후보를 능가하는 데다 오랜 정치 경험을 통해 노련함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은 (권투로 치면) 인파이터와 아웃복서가 동시에 가능한 인물”이라고 촌평했다. 상대에게 바짝 달라붙어 치고박기식으로 싸우거나, 상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유효 펀치를 노리는 전법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조국 사태 등 불공정 문제로 여권에서 멀어진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야당의 최종 후보가 됐을 때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증폭할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민주당에 깔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은 민주당에 최대 걸림돌이다. 앞서 송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형수 욕설 논란, 전과 4범 등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 윤 전 총장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윤 전 총장 부인과 장모의 탈법 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되면 수도권에서, 홍 후보가 되면 부산·울산·경남에서 쉽지 않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