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링크(missing link·잃어버린 고리)를 먼저 찾아 연결하는 도시가 신산업 주도권을 선점합니다.”
1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2021 경북형 신산업 스케일업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성근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 규제혁신추진센터장의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포항 규제자유특구가 GS건설,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등 11개 기업으로부터 5552억원의 투자 유치(포항 전체로는 총 1조6000억원)를 이끌어낸 데는 경상북도와 경북TP, 특구 참여기업들이 미싱링크를 찾아 기술과 정책 간 공백을 없앤 게 주효했다”며 “경북 포항이 2차전지 재활용 산업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미싱링크는 신산업 생태계를 촉진할 어느 한 고리가 정책 부재로 빠져 생태계 전체가 작동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 수서~경남 거제를 잇는 중부선의 중간 지점인 경북 문경~김천 구간이 연결되지 않아 전체 중부선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게 한 예다.
한국경제신문사·한국경제TV·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는 이 같은 미싱링크를 찾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경상북도의 성공 결과를 확인하고, 그 비결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場)이었다. 현장 참석자 100명을 포함해 총 5만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 센터장은 “신산업은 불확실성이 크고 가치사슬도 복잡한 만큼 새로운 시장을 이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세한 방향 설정이 없으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거나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되기 전까지 국내에 ‘다 쓴 배터리는 재활용해야 한다’는 개념은 공유돼 있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업화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미싱링크를 파고든 게 경상북도와 경북TP였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18년 과학산업국을 부활시키고 4차산업과를 신설했다. 도와 경북TP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TP 내에 규제자유특구 사업추진단을 꾸려 대응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전국 28개 규제자유특구 중 세 곳(포항·안동·김천)이 자리한 경북이 규제자유특구 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은 비결이다. 兆단위 매출 기업 키우는 경북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신산업 기업 투자 유치에 나선 경상북도의 노력은 올해 조 단위 매출 기업 탄생으로 결실을 볼 전망이다.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안재용 사장이 이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 후보 중 하나다.
도가 2012년 안동에 유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시 매출 500억원 규모의 사업부서에서 올해 1조원대 매출 달성을 앞둔 시가총액 17조원대 상장사로 성장했다. 안 사장은 “투자 9년 만에 1조원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지자체와 함께 구축한 상생협력 모델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포항에 투자한 에코프로는 2016년 998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1조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에코프로BM, 에코프로GEM(전구체), 에코프로GnG(폐배터리 재활용) 등 6개 계열사와 함께 지난달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준공식을 했다.
안동시 등 경상북도 내 기초자치단체도 인재 양성을 통해 투자기업들의 스케일업을 측면 지원했다. 안동시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가용예산의 10%를 아껴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 기업을 위한 인재 키우기에 나섰다. 박성수 안동시 부시장은 “안동대 내 안동형 일자리사업단을 설치하고 매해 100억원을 지원하는 안동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퀵스타트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안동=오경묵/하인식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