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1일 15: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전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이 게이트고메그룹과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배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아시아나 항공 대표도 "본인의 서명이 아니다"며 위조 가능성을 주장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조용래) 심리로 열린 박 전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 회장의 배임과 관련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201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게이트고메그룹 간 이뤄졌던 이면약정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이 없으며 직접 서명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의 핵심은 금호그룹 경영진이 게이트고메그룹에 어떤 과정을 거쳐 순이익을 보장했는지, 이 사실을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박 전 회장 및 금호그룹 경영진은 아시아나항공의 30년치 기내식 사업 독점권을 게이트고메그룹에 1333억원에 저가 매각해 아시아나항공에 최소 37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호그룹 경영진은 기내식 계약의 대가로 게이트고메그룹이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하게 해 부당하게 계열사를 내부지원(사익 편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금호그룹과 게이트고메가 기내식 공급계약과 BW발행을 연계하는 별도의 이면계약(부속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기내식과 BW발행 간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보고받은 적도 없으며 계약서에 서명을 한 적도 없다"며 "이전 검찰 조사에서도 (검찰에) 서명이 어떤 경위로 서명됐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추후 재판 과정에서 이 날 발언이 확인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측은 거래에 관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 그룹의 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금호그룹 경영진의 배임 재판 과정에서 게이트고메 측이 가담한 정황이 확인되면 게이트고메 측 역시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적인 국제중재 혹은 국내 재판절차를 통해 기내식공급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천억원 규모 손실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회사 인수를 앞둔 대한항공 측과 이를 주도한 산업은행도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순이익 보장 조항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계약 당시에는 몰랐고 이후 최근에 알게 되었다"라며 "최소순익을 보장하는 부속계약 등에 대한 법적 검토 및 계약의 유효성을 검토하고 문제가 확정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한바 있다.
차준호 / 김종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