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둘! 셋!’이 이런 노래였다니…술, 담배보다 더 위로되는 노래들 [스타트업 비긴 어게인]

입력 2021-11-01 10:42
수정 2021-12-01 09:49


[한경잡앤조이=김철진 프립 매니저] 누구나 위대한 꿈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합니다. 각자의 사업 아이템을 통해 나타날 혁신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꿈꾸던 장밋빛 미래와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믿었던 아이템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수장이 되어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은 “스타트업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동시에 비행기를 만들어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비행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뿐입니다.

흔히 스타트업의 성장을 J커브(J-Curve)로 묘사합니다. 본래는 무역수지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이지만 초기 적자 구간을 거치다 특정 순간이 되면 알파벳 J모양처럼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이상적인 성장 모형으로 삼은 것이지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성장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퀀텀 점프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이들의 고속성장에만 주목할 뿐, 그들이 겪었던 지난한 고난의 시기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팀원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도 있고,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의 요인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투자 유치에 피 말리는 순간도 있습니다. 한 기업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창업자들은 어쩌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창업자가 아니지만, 만약 제가 창업자이자 한 스타트업의 대표였다면 매일 밤을 술과 약으로 보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회사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 계신다면, 술과 담배 대신 음악을 틀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닳을 대로 닳아버린 마음에 음악만큼 효과적인 처방전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창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마다 도움을 받은 노래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집토스 이재윤 대표’,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 ‘누리하우스 백아람 대표’, 그리고 ‘프립 임수열 대표’가 함께합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의 이재윤 대표는 하루의 마무리를 맥 밀러의 Good News와 함께한다고 합니다. Good News는 맥 밀러의 사후에 발매된 노래인데요. 마치 일기를 들려주는 듯한 가사와 함께 특유의 아름다움과 우울함이 공존하는 멜로디가 맥 밀러의 짧고 안타까운 인생을 연상케 합니다. 이재윤 대표는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래, 인생 당연히 고달프고 힘들지, 별거 아닐 거야”라고 되뇌며 담담한 위로를 얻는다고 합니다.



음악은 각 상황과 마음 상태에 따라 맞춤 효능을 제공합니다.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BTS의 오랜 팬으로서 <둘! 셋!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을 팬 헌정곡으로만 생각했는데요. 창업 후 다시 들었을 때에는 가사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특히, 사업 시작과 함께 갖은 비난과 중압감 등을 견뎌야 할 때마다 “너넨 아이돌이니까 안 들어도 구리겠네, (Thank you so much) 니들의 자격지심 덕분에 고딩 때도 못한 증명 해냈으니”라고 말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위안과 결의를 다졌다고 합니다. “그래, 나도 BTS처럼 증명해 내자!”고 말이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귀를 가득 채우는 화려한 사운드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가 추천한 Coldplay의 Viva La Vida처럼요. BTS와의 콜라보로 우리의 가슴을 웅장하게 한 Coldplay의 Viva La Vida는 2009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될 만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앨범 커버에서 알 수 있듯이 1830년 프랑스의 7월혁명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몰락한 왕조의 하소연이 담긴 가사 너머 자유주의를 외치던 민중들의 함성이 역동적인 악기로 표현됩니다. 아무리 지치더라도 이 노래를 들으면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전쟁터 같은 하루를 겪고 나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나니 어느새 처음 가졌던 열정은 꺼질 것만 같죠. 그럴 때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의 임수열 대표는 퇴근길에 선우정아의 City Sunset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잡는다고 합니다.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누군가 아픈게 난 싫어” 혁신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창업자이기 이전에 월급주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그런 마음을 말이죠. 오늘을 살아낸 우리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직장인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철진 매니저는 국방부 정훈장교 출신으로 홍보대행사, 헬스케어기업 홍보팀을 거쳐 현재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의 홍보담당자로 근무 중이다. 그의 취미로는 음악 취향을 에세이와 함께 나누는 뮤직 큐레이션 뉴스레터 ‘PRIIISM’을 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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